연봉 80% 빚 갚으며 땅 산 LH 직원들…“무분별한 대출 막아야”

3기 신도시 투기의심사례 평균 DSR 81%…최고 144%까지
시중은행 신규 가계대출 4건 중 1건도 DSR 40% 넘어
“차주별 DSR 적용했으면 LH 사태 안터져…대출 규제해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은행 신규 가계대출 DSR 실태 분석 자료를 발표하며 가계부채 폭증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응을 규탄하고 있다./오승현기자

3기 신도시에 투기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자신의 연간 소득보다 많은 원리금상환액을 감수하고 대출을 받아 투기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기 신도시 관련 내부 정보가 100% 정확하다는 판단 하에 최대한의 대출을 받아 차익을 노렸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 기준을 강화해 무분별한 대출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25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 시흥시 과림동과 무지내동에서 발견한 LH 직원들의 투기의심사례 11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DSR은 81%에 달했다”며 “특정 소유주의 DSR은 144%였다”고 밝혔다.


DSR은 연간소득에서 가계대출 원리금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DSR이 100%를 넘는 것은 연간 소득보다 많은 원리금상한액을 지불할 정도로 과도한 대출을 받았다는 의미다.


LH 직원들의 투기의심사례 11건의 평균 예상 DSR은 81%에 달했다. 권호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변호사)은 “해당 대출은 토지대출이어서 전월세보증금과 신용대출 등 개인과 주택에 대한 대출은 포함되지 않았는데도, 가장 높은 DSR은 144%였다”며 “토지대출 이외의 대출까지 있다고 가정하면 해당 차주의 DSR은 200%를 넘어설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LH 직원들이 마음껏 투기할 수 있던 데는 금융당국이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개인 차주별 DSR이 아닌 은행별 총 DSR이 40%를 넘어서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부 차주에 대해서는 제한 없는 대출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8곳의 신규 가계대출 4건 중 1건의 DSR이 40%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10월 31일부터 지난해까지 신규 취급된 가계 대출 중 24.7%가 DSR 40%를 넘겼다. DSR이 90%가 넘는 비중은 4.1%에 달했다. 권 실행위원은 “현재는 투기과열지구에 9억원을 넘는 주택을 살 경우 등 제한적으로만 차주별 DSR을 적용하고 있다”며 “관리기준 자체가 느슨해 은행들의 신규 가계대출에서 DSR이 40%를 초과하는 대출 비중이 큰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차주별 DSR을 적용했으면 LH 투기는 발생하지도 않았다”며 “차주별 DSR을 전면 실시해도 첫 주택 구매자, 소상공인 등 예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보완하며 대출 원칙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