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기업 압박 도구 이어 선거부대 만들려 하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26일 국내 주식의 보유 비중을 확대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지금은 전체 자산 중 국내 주식의 목표 비중을 16.8%로 하되 상하 2%포인트씩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데 이 범위를 3~3.5%포인트까지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주식 비중은 20.3%까지 올라가고 11조 2,000억 원을 더 살 수 있다.


이번 조치는 국민의 노후 대비를 위한 자금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내 연기금은 올 들어 15조 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중 대부분이 보유 비중 규정에 묶인 국민연금이 판 것이었다. 이에 따라 연초 3,200에 달하던 코스피는 3,000 선까지 주저앉았다. 동학 개미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까지 연기금의 주식 매도를 성토했다. ‘코스피 3,000’을 치적으로 삼고 동학 개미를 우군이라 여기던 문재인 정부로서는 무척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5월 운용위에서 향후 5년의 자산 배분 계획을 확정하는 관례를 깨고 4·7 서울·부산시장 보선 직전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니 연금을 선거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더욱이 전체적인 자산 비중 목표 변동 허용 범위는 목표치(16.8%)의 상하 5%포인트로 묶어둔 채 이른바 ‘전략·전술 배분’의 비율만을 조정하는 것은 조삼모사식 꼼수다.


현 정부 들어 여권은 이익공유제 도입 등을 위해 국민연금을 활용하겠다고 해 논란을 빚었다. 스튜어드십코드 등으로 기업을 압박해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연이어 총선 낙선·낙천자들이 맡았다. 가뜩이나 전문성과 독립성이 취약한 터에 정치적 계산까지 한다면 자산 운용 능력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국민연금은 국민 전체의 노후 쌈짓돈이지 투자자를 달래는 자금이 아니다. 게다가 선거를 위한 ‘주가 포퓰리즘’은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





/논설위원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