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는 경제활동 재개 기대에 0.5% 안팎씩 올랐습니다. 이날 나온 지난 주 실업급여 청구건수가 최근 1년 간 최저치인 68만4,000건으로 70만건 밑으로 내려왔습니다. 고무적인 소식인데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도 이날 있었습니다. 회견에서는 불법이민과 이 과정에서 드러난 어린 아이들의 인권과 처우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습니다. 또 투표권 확대 같은 내치와 관련된 사안들이 주였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총기사고에 대한 질의도 나왔는데요. 중요한 내용이 많지만 ‘3분 월스트리트’에서는 경제분야 내용을 전달해드리겠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부양책을 통과시킨 후 우리는 희망의 신호를 보기 시작한다”며 경제전문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이 공식 자리에서 쓰는 문장 하나, 단어 하나는 사전에 조율된 것들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경제에서 희망의 신호를 보기 시작했다고 한 것은 경제회복의 속도가 가파르며 고용도 빠른 속도로 좋아지고 있음을 뜻합니다. 백악관의 상황 인식이 그렇다는 것이죠. 그는 “아직 너무 많은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고 가정이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도 “실업급여 청구건수가 1년 만에 처음으로 팬데믹 이전의 최고치를 밑돌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그는 이를 모두 발언 마지막에 소개했는데요. 이 통계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있다고 해석하면 됩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실업급여 청구건수가 낮아졌다고 얘기했는데 뒤에 이것이 다시 치솟는다면 말이 안 되겠죠? 엄청난 공격도 받을테구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바이든 대통령이 이 숫자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은 앞으로도 하향안정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정부의 판단이 깔려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목표에서도 드러나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1억회 접종을 취임 100일에 하기로 했는데 이를 앞당겨 달성했다"며 “새로운 100일의 목표는 2억회”라고 했습니다. “그 어느 나라도 우리의 백신접종 물량과 속도를 따라올 수 없으며 우리는 (2억회 접종을) 할 수 있다”고도 했는데요.
실제 지금의 접종속도라면 취임 100일 이전인 다음달 23일 전후로 2억회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2억회에는 2번을 맞아야 하는 화이자와 모더나가 섞여 있지만 지금까지의 누적 환자 3,000만명(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을 더하면 미국이 곧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는 “파우치 박사는 아니라고 하지만 미국은 집단면역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고가 실리기도 했는데요.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로켓형 회복이죠.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대중 관세에 대한 질문을 받자 중국과의 관계 전반에 대해 답변했는데요. 이는 향후 미중 관계와 무역전쟁, 글로벌 패권의 향방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과 대결(confrontation)을 원하지 않으며 극심한 경쟁(steep competition)을 추구할 것”이라며 “중국은 국제규범을 따라야 한다. 공정무역과 공정관행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과 효율적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위해 미국의 노동자와 과학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국내총생산(GDP)의 2%를 조금 넘었던 순수과학과 각종 연구에 대한 투자가 지금은 1.7%로 떨어졌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문제 의식인데요. 그는 이를 2% 가까이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또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팅, 바이오기술 등에 실질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다짐했는데요. 기술격차를 통해 중국을 제압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냉전 때는 핵무기로 경쟁했지만 지금은 기술로 경쟁한다는 말입니다. 이날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반도체 역시 그 핵심에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살살다루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는데요. 그는 “시진핑은 푸틴처럼 독재(autocracy)가 앞으로의 흐름이며 더 복잡한 세상에서는 민주주의가 기능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이것은 21세기의 민주주의 국가들과 독재국가들과의 대결이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기능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미국은 자유와 인권에 가치를 둔다. 미국 대통령은 다 마찬가지”라고 했다고 합니다. 타협을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거론한 것이죠.
그는 또 유럽 동맹국과 쿼드를 거론하면서 반중국 동맹라인을 세우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미중 갈등은 앞으로 오래갈 것이고 두 나라의 기술 탈동조화가 주요국과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말미에 “물리적, 기술적인 인프라를 재건해 (중국과) 경쟁하고 질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게 다음 과제”라고 했는데요. 도로와 교량 보수, 상수도관 교체, 전력망 교체, 철도와 항만, 공항 개선 등이 주요 목표입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주 피츠버그를 방문할 때 다음 번 경제 아젠다인 인프라 투자계획이 베일을 벗을 것”이라며 “3조달러에서 4조달러 규모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여기에는 보육과 학교교육에 대한 투자도 포함됩니다. 이는 사실상 또 하나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자 일자리 대책이 될 겁니다.
흥미로운 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으로 자신의 재선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입니다. 그는 “나의 계획은 재선에 출마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는데요. 몇 년 뒤의 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런 기대(expectation)를 하고 있다고 했죠. 2024년의 러닝메이트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점도 밝혔습니다. 두 번째 임기를 만약 시작하게 된다면 이때 바이든의 나이는 81세가 되는데요. 바이든은 맞상대가 트럼프가 될지 누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이는 바이든의 경제정책이 오래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1차적으로 바이든이 재선에 나설 수 있을지와 또 다시 승리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지만 재선에 대한 의향이 있음을 드러낸 만큼 이런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이죠.
현재 월가의 관심은 바이든 정부의 법인세 인상 상한선이 28%가 될 것이냐, 25%가 될 것이냐인데요. 골드만삭스는 28%는 어렵고 25%가 유력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입니다.
CNBC는 25%로 올리면 GDP에 미치는 영향이 -0.4%, 28%는 -0.8%이며 기업수익은 각각 -3%, -9%가 될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25%일 때는 일자리가 8만개 사라지지만 28%일 경우에는 16만개가 없어진다고 했습니다. 바이든의 재선 도전은 재정과 세제, 정부지출 등을 결정하는 핵심요인인 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