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도 아닌 인공지능(AI) 로봇이 그린 그림이 7억 원 넘는 가격에 팔렸다.
CNN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25일(현지 시간) 홍콩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AI 로봇 ‘소피아(사진)’가 그린 자화상이 68만 8,000달러(약 7억 8,000만 원)에 낙찰됐다.
‘소피아 인스턴시에이션(Sophia Instantiation)’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작품은 이탈리아의 유명 디지털 아티스트 안드레아 보나체토와 공동 제작한 12초짜리 MP4 파일로 된 디지털 그림으로, 보나체토의 초상화를 소피아가 디지털 그림으로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 여기에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 등 유명 인사와 소피아 자신의 실물 자화상도 이번 경매에 포함돼 있었다.
인간과의 공동 작업이었지만 작품 제작을 실제로 주도한 것은 소피아였다고 한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거래소인 니프티게이트웨이 측은 “이번 작품은 인간의 도움 없이 전적으로 소피아의 결정을 기초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피아는 생중계를 통해 “매우 큰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며 “내 작품이 이처럼 큰 가치로 평가받았다는 사실에 무척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번 작업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이라며 “그 의미를 보다 오래 간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경매에 앞서 보나체토 역시 소피아와의 공동 작업에 대해 “로봇과 인간이 협력해 서로 발전하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최근 미술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NFT가 적용됐다는 점이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권과 진품 여부를 보증할 수 있는 ‘가상 인증서’로 콘텐츠마다 자신만의 고유한 표식을 넣어 위조나 변조를 불가능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경매의 성공으로 미술 시장의 판도가 흔들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NFT 열풍은 환영할 만한 현상”이라며 “딜러와 갤러리·박물관이 지배하는 세계 미술 시장의 고착된 위계질서가 도전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