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마사' 역사왜곡 뭇매에…방영 2회만에 폐지한다

조선 초기 배경에 중국식 음식·의상 등장… 역사왜곡 논란
중국 '문화 동북공정' 논란 맞물려 거센 반중 감정 일어나
광고·협찬 잇단 철회에 폐지까지… "사태 심각성 무거운 책임감"

SBS ‘조선구마사’ 캐릭터별 포스터. /사진제공=스튜디오플렉스, 크레이브웍스, 롯데컬처웍스

SBS(034120)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면서 방영 2회만에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SBS는 26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해 ‘조선구마사’의 방영권 구매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상파 방송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이같이 결정했음을 알려 드린다”고 덧붙였다. 제작사 측도 “시청자분들께 사과 말씀을 드린다. 제작은 중단됐고, 모든 스태프와 관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해외 판권 건은 계약해지 수순을 밟고 있으며, 모든 해외 스트리밍도 이미 내렸거나 오늘 중 모두 내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SBS는 이미 이 드라마의 방영권료 대부분을 이미 선지급했고, 제작사는 촬영 분량의 80%를 완료한 상황. 이 때문에 방송사와 제작사 모두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 등이 불가피하지만 방송에 따른 파장이 거센 탓에 불가피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조선구마사’는 조선 초기를 배경으로 한 제작비 320억원의 대작 판타지 사극으로 방영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지난 22일 1회가 방영된 직후부터 역사를 왜곡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특히 최근 들어 반중 감정이 거센 와중에 중국식 문화를 연상케 하는 요소를 집어넣은 점이 문제가 됐다. 중국이 ‘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역사왜곡 시도와 함께 김치, 한복, 농악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국내 대중적으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진 상황이다. 이미 tvN ‘빈센조’, ‘여신강림’ 등의 드라마에서 중국산 제품이 간접광고(PPL)로 등장하자 거센 비난여론이 일었다.



‘조선구마사’ 1회 방영분 중 등장한 중국 음식인 월병과 피딴. /방송 영상 캡처

이 드라마 1회에서 충녕대군(장동윤 분)은 의주에서 서양 구마사제(달시 파켓 분)을 만나 음식을 대접하는데, 공간은 중국식 인테리어였고 대접한 음식도 중국식인 월병과 피딴(삭힌 오리알)이었다. 무녀 무화(정혜성 분)가 입은 의상도 중국풍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회에서는 연변 사투리로 농악무를 추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역시 중국이 2009년 조선족 농악무를 인류무형문화재로 등재시킨 점과 맞물려 논란이 빚어졌다.


태종(감우성 분)과 양녕대군(박성훈 분), 충녕대군에 대한 묘사도 실제 역사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특히 태종이 환시를 보고 양민을 학살하는 캐릭터로 묘사된 점이 문제가 됐다.


드라마 홈페이지의 시청자게시판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항의가 빗발쳤고, 장소협조 등 제작지원을 한 지자체에는 이를 철회하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글까지 올라왔다. 결국 2회가 끝난 시점에서 모든 광고주가 광고를 끊었고, 촬영지를 제공하고 제작비를 지원했던 문경시·나주시는 이를 철회하고 환수를 요구하기로 했다.


이에 제작사와 SBS는 사과문을 내며 관련 장면을 모두 수정하고 한 주 결방을 통해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작품을 완전히 재정비해 방송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고주와 지자체의 반응이 달라지지 않으면서 방송을 계속하기 어렵게 됐고, 2회만에 조기종영이라는 사태까지 오게 됐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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