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의 활동을 규제하는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입법을 추진 중인 법안은 전자상거래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플랫폼종사자보호법 등 10여 개에 달한다. 여권은 이 법안들이 사업자 책임 강화, 소비자 보호, 골목 상권 살리기에 필요하다면서 그럴듯한 명분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 법안들이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낼 혁신 기업의 싹을 잘라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개인 간 거래에서 분쟁이 생길 경우 플랫폼 사업자가 이용자의 이름·주소·전화번호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 여당은 분쟁 해결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개인 정보가 낱낱이 공개되는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고 싶은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가입자 이탈 등으로 중고 거래 플랫폼 기업의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은 지역별로 물류 창고를 설치해 판매·배송하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영업시간, 판매 품목을 지역 소상공인과 협의·조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웬만한 물건이나 서비스가 모두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비대면 시대에 이런 규제가 소상공인 보호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신선 식품, 생필품 새벽 배송 등이 제한돼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법안의 취지와 달리 되레 소비자의 편익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약자 보호 등을 명분으로 대기업뿐 아니라 신산업에 들이대는 규제가 더 촘촘해지고 있다. 세계 100대 스타트업의 절반 이상인 53%가 규제 장벽 때문에 한국에서는 사업이 불가능하거나 조건부로만 영업이 가능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을 정도다. 이런 환경에서는 혁신이 사라지고 성장 엔진도 꺼질 수밖에 없다. 여권이 진정으로 혁신 산업 육성을 위한 생태계 조성을 바란다면 무조건 시장에 개입하려는 반(反)시장 포퓰리즘 정책부터 접어야 한다.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