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셋값 인상 논란 하루 만에 사실상 전격 경질된 가운데 청와대의 해명이 여전히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실장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전세가가 올라 목돈이 필요했다는 것인데, 두 전셋값 인상분에 차이도 있던 데다 김 전 실장이 14억원에 육박하는 예금을 보유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29일 관보 등에 따르면 김 실장은 부부 공동명의로 소유 중인 청담동 한신오페라하우스 2차 아파트(120.22㎡)에 전세를 주고, 서울 성동구 금호동 두산아파트(145.16㎡)에 전세로 살고 있다. 김 실장은 한신오페라하우스 2차 아파트와 관련해 지난해 7월29일 현 세입자와 계약을 갱신하면서 전세금을 기존 8억5,000만원보다 14.1% 올린 9억7,000만원을 받기로 했다. 잔금은 같은 해 8월 받았다.
국회는 지난해 7월30일 본회의에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임대차 3법을 처리했고, 이 법은 그 다음 날 국무회의를 거쳐 곧바로 시행됐다. 이틀만 지났다면 김 실장은 전세금을 14.1%나 올려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전날 “전세로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셋값이 크게 올라 목돈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청담동 전셋값도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이 사는 금호동 두산아파트 보증금은 2019년 12월 3억3,000만원에 월세 50만원에서 월세 없이 5억원으로 전환된 뒤 지난해 7월 5억5,000만원으로 총 5,000만원이 올랐다. 반면 김 전 실장이 세를 주고 있는 청담동 한신오페라하우스 2차 아파트 전세금은 같은 시기 1억2,000만원이 올랐다. 이 과정에서 7,000만원이라는 차액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2019년 전세권 인상분을 감안해 7,000만원을 넘는 자금 수요가 발생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그의 현금성 재산으로 이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남는다. 관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김 전 실장은 주식 없이 본인 명의 9억4,645만원, 배우자 명의 4억4,435만원 등 총 13억9,081만원을 예금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김 전 실장은 당초 본인 명의 1억7,000만원, 배우자 명의 3,000만원의 금융 채무가 있었으나 이 2억원의 빚도 모두 갚은 상태였다. 김 전 실장 부부는 2019년 말 기준으로도 16억원가량의 예금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는 콘트롤타워 인사로서 신중하지 못한 처신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전 실장의 청담동 아파트 전세보증금이 주변 시세보다 낮았다”는 청와대 해명도 완전히 검증하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지난해 5월, 8월, 11월에 이뤄진 김 전 실장의 것과 같은 면적의 청담동 아파트 전세 거래가격은 모두 12억5,000만원이었는데 이들은 모두 3~7층이다. 이에 반해 1층인 김 전 실장의 집은 일반적으로 시세가 저렴한 층수로 분류된다. 이 아파트의 같은 면적 5층 매물은 2019년 12월 전세금 10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브리핑 자리에서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이 엄중한 시점에 국민들께 크나큰 실망을 드리게 된 점 죄송하기 그지없다”며 “청와대 정책실을 재정비해 2·4 대책 등 부동산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빨리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대통령을 모신 비서로서 해야 할 마지막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의 전세 계약 시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물러나는 분이라 새삼스럽게 날짜를 확인하고 싶지는 않다”며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금호동 집과 청담동 집 계약 시점이) 비슷한 시기인 것으로만 안다”고 답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