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30일 중국의 한 스타트업이 국제 금융 시장을 놀라게 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NIO)’의 시가 총액이 688억 달러에 달해 중국 자동차 업계 1위에 오른 것이다. 당시 니오의 시총은 테슬라와 도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4위를 차지해 세계 굴지의 제너럴모터스(GM)마저 넘어선 기록이었다.
니오 창업주인 리빈(李斌)은 중국 안후이성의 가난한 낙농가에서 태어났다. 그의 ‘출세’를 위해 가족들이 모아준 돈으로 베이징대에 들어가 사회학을 공부했다.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재학 중 자동차 판매·정보 관련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빗오토’를 설립한다. 중국의 심각한 대기 오염을 해결할 방도를 찾던 그는 2014년 11월 친환경차를 만들기로 하고 전기차 업체인 니오를 창립한다. 2016년 자사의 전기 스포츠카 ‘EP9’이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신기록을 세우면서 니오는 주목받기 시작한다. 니오는 이듬해 거대 정보기술(IT) 업체인 텐센트 등으로부터 10억 달러의 투자를 받는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니오의 미래를 본 텐센트와 허베이성 등 중국 자본은 물론, 영국 자산운용사 베일리 기포드까지 투자에 나서면서 안정적 자본력을 구축하게 된다.
니오는 애플처럼 연구개발(R&D)과 마케팅에 집중하고 생산은 외부 업체(중국 JAC모터스)에 맡기면서 성장 속도를 높였다. 2018년 1만 대, 이듬해 2만 대에 이어 지난해에는 4만 3,000대를 팔아 500여 개 가까운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중 1위에 올랐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급성장한 니오에 대해 ‘중국판 테슬라’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니오가 중국 대형 자동차 업체로는 처음으로 29일부터 닷새 동안 생산을 중단한다.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품귀 상황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현대자동차 등 우리 업체도 반도체 재고량 부족으로 곧 생산량을 줄일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4월 위기설’까지 나온다. 반도체 공급 문제를 민간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김영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