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어 OTT로 링 옮기는 ‘씨제이vs.디즈니’… 넷플릭스 추격 후발주자 경쟁 주목

넷플릭스 성공 공식 따라 '오리지널 콘텐츠' 무기로 맞짱 예고
티빙, 3년간 4,000억원 이상 투자하며 올해 20편 이상 공개
디즈니+는 마블·스타워즈·디즈니 IP 기반 콘텐츠 줄줄이 대기

국내 영화 시장에서 치열하게 맞붙어 온 CJ와 디즈니가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로 경쟁 전선을 확대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OTT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디즈니의 OTT ‘디즈니+’는 미국 내 가입자 1억 명을 넘기고 연내 국내 진출을 공식화했고, CJ ENM은 OTT 티빙(TVING)을 지난해 독립법인으로 출범시킨 뒤 본격적인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가 부동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국내 OTT 시장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앞세운 두 후발주자의 추격전이 어떤 지각 변동을 일으킬 지 주목된다.



OTT 티빙의 첫 오리지널 콘텐츠 ‘여고추리반’의 한 장면. 좋은 반응을 얻으며 시즌2 제작이 확정됐다. /사진제공=CJ ENM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올해부터 3년 간 콘텐츠 제작 등에 4,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 아래 올해에만 20개 이상의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우선 지난 1월 말 첫 오리지널 콘텐츠로 선보인 예능 ‘여고추리반’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두 번째 시즌의 제작이 확정된 상태이고, 드라마로는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의 김은숙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가 지난 26일 단독 공개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올 여름에는 송지효 주연의 ‘마녀식당으로 오세요’도 공개 예정이다. 라이브 언택트 콘서트 ‘케이콘택트3’도 티빙을 통해 공개했다. 이 밖에도 CJ ENM이 투자배급한 공유·박보검 주연의 영화 ‘서복’이 다음 달 15일 극장 개봉과 동시에 공개된다. tvN, Mnet, OCN, JTBC 등의 기존 방송·영화 라이브러리들도 티빙의 무기 중 하나다.



다음 달 극장과 OTT ‘티빙’에서 동시 공개되는 영화 ‘서복’ 포스터.

올해 국내에 새롭게 뛰어들 디즈니+는 국내 시장에서 디즈니 본사 뿐 아니라 마블, 루카스필름, 픽사 등의 주요 지식재산(IP)을 기반으로 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주 무기로 쓸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세계 시장에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드라마 중 ‘완다비전’이 올 초 공개 후 전 세계 시청자 수 1위에 올랐고, ‘팔콘 앤 윈터솔져’도 2회까지 공개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스타워즈 기반 실사 드라마인 ‘더 만달로리안’은 시즌2까지 제작돼 작년 한 해 미국의 주요 OTT를 통틀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디즈니 역시 영화 상당수를 극장과 디즈니+에서 동시 공개한다. 이미 실사 영화 ‘뮬란’, 픽사의 ‘소울’,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이 극장과 디즈니+에서 동시에 선보였다. 국내 콘텐츠의 경우 아직 공식 진출 전이라 라인업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공격적 투자가 예상된다.



‘디즈니+’에서 올 초 공개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오리지널 시리즈 ‘완다비전’의 한 장면. /AP연합뉴스

CJ와 디즈니의 경쟁 구도는 국내 영화 시장에서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작이 급감한 지난해를 제외하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점유율을 살펴보면 CJ ENM과 디즈니가 1~3위에서 각축을 벌여 왔다. 특히 2019년은 두 회사의 영화 관객점유율이 50%를 넘어섰고 1,000만 영화도 모두 CJ ENM과 디즈니 배급 작품에서 배출됐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겨울왕국2’, ‘알라딘’ 등의 디즈니 대작과 ‘극한직업’, ‘기생충’, ‘엑시트’ 등의 CJ 배급작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올해부터 OTT 플랫폼으로 옮겨 붙을 두 ‘미디어 공룡’의 성과는 인기 IP를 기반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IP를 다수 보유한 디즈니+의 국내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로컬 시청자들의 콘텐츠 소비 감성을 25년 넘게 체화했고,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드라마와 영화를 가장 많이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CJ ENM의 티빙 역시 강점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디즈니+'의 첫 오리지널 시리즈인 ‘더 만달로리안' 포스터.

이들의 일차적인 추격 대상은 국내 OTT 2위인 웨이브(WAVVE)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지에이웍스 기준으로는 지난달 현재 국내 OTT 월 이용자는 선두 넷플릭스(1,001만 명)에 이어 웨이브가 395만 명, 티빙이 265만 명으로 뒤를 잇고 있다.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대주주로 참여한 웨이브는 오는 2025년까지 5년 간 콘텐츠 제작 등에 총 1조원을 투자하고 상반기 중 오리지널 콘텐츠의 기획·개발을 맡을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등 갈수록 치열해지는 OTT 시장에서 선두 그룹으로 확실하게 발돋움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선두인 넷플릭스 역시 올 한 해에만 한국 콘텐츠 제작에 5억달러(약 5,540억원)을 투자하며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벌린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배우 정우성이 제작자로 나선 ‘고요의 바다’를 비롯해 ‘지옥’, ‘무브 투 헤븐’, ‘오징어 게임’, ‘마이 네임’,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등 12편의 오리지널 시리즈와 예능을 선보인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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