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셋값 인상 문제로 1년 9개월 만에 결국 불명예 퇴진하면서 현 정부 정책실장들이 모두 스스로 주도한 부동산 규제의 부메랑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정부의 힘으로 시장을 무리하게 옥죄려던 시도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만 부른 채 국정 운영의 발목까지 잡은 것이다.
관보 등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29일 한신오페라하우스 2차 아파트 세입자와 계약을 갱신하면서 전세금을 기존 8억 5,000만 원보다 14.1% 많은 9억 7,000만 원으로 올려받았다.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의 시행 이틀 전이었다. 청와대 측은 “전세로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셋값이 크게 올라 목돈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청담동 전셋값도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차갑게 식은 여론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잇따른 부동산 정책 실패에 솔선수범하지 못한 자세로 비판을 받은 청와대 정책실장은 비단 김 전 실장뿐이 아니었다. 현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3개월 만인 지난 2017년 8·2 대책을 필두로 현재까지 25번이나 부동산 규제 정책을 쏟았다. 정책 실패로 정권 초부터 서울 아파트 가격이 무섭게 치솟은 상태에서 장하성 초대 정책실장(현 주중대사)은 2018년 9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모든 국민이 강남에 가서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거기에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 내가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해 비판 여론에 불을 질렀다. 장 전 실장은 두 달 뒤 김수현 전 정책실장으로 교체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주도했던 김수현 전 실장 임명 뒤에도 집값 오름세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특히 김수현 전 실장이 사회수석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과천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나는 전철 노선이 신설되는 등 개발 호재로 집값이 폭등하자 이를 조롱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김수현 전 실장은 결국 취임 7개월 만에 김상조 전 실장으로 교체됐다. 당시 정치권 일각에서는 경제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제기됐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게 아니라 이전 정부부터 늘 존재했던 강남 부자, 다주택자, 투기꾼, 집주인 등을 현 정부 집값 폭등의 원흉으로 겨냥했다가 청와대 정책실장들 스스로 적폐의 늪에 잇따라 빠진 것이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