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공무원 재산등록' 대책에…하위직 "애먼 우리까지 범죄자 취급하나"

"공직사회 신뢰 무너뜨리는 것 같아 착찹"
"정치인 투기 가능성이 더 높다" 지적도

정세균 국무총리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대책을 위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공직자 재산등록 범위를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기로 하자 하위직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28일 연 당정협의회 때 공직자 땅 투기 근절대책을 논의하면서 재산등록 범위를 9급까지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는 안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29일 열리는 긴급 반부패정책협의회가 공직자 재산등록 범위 확대를 포함한 투기 근절방안을 확정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일반직 공무원은 국가·지방직 4급 이상, 경찰공무원은 총경 이상, 소방공무원은 소방정 이상 고위공무원 등을 재산등록 대상으로 규정한다. 이번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를 계기로 공직자 재산등록을 100만명이 넘는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 입장이다.


지난해 나온 행정안전부 '2020 행정안전통계연보'가 집계한 2019년 12월 기준 전국 공무원 수는 110만4,000여 명에 이른다. 29일 오전 각 시·도, 시·군·구 공무원 노동조합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모든 공직자 재산등록 관련 글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필요성을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등 부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충북도청 한 7급 공무원은 "재산 등록을 의무화한다면 따를 수밖에 없겠지만, 일부 일탈이 공직사회 전체 신뢰를 무너뜨린 것 같아 착잡하다"며 "8~9급 하위직 공무원들은 사회 초년생이 많은데 불만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옥천군 6급 공무원은 "LH 사태 불똥이 왜 우리 같은 하위직 공무원한테까지 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파트 1채와 자동차 1대가 재산의 전부여서 등록에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겠지만 마이너스 예금을 공개하는 게 창피하기는 하다"고 말했다.


영동군의 7급 공무원도 "재산 등록할 게 집, 예금, 차량밖에 없다"며 "투기 근절 목적은 이해하지만, 대상을 너무 광범위하게 잡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창원시 6급 공무원은 "설사 무슨 정보가 있다 한들 살 능력이 있는 말단 공무원이 있을까 싶다"며 "사업부서나 이해관계가 있는 공무원들은 몰라도 애먼 하위직 공무원들까지 재산등록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털어놨다.


한 제주도 공무원은 "월급 외 별다른 소득이 없는데 재산까지 공개해야 하느냐"며 "박봉에 조금씩 투자하는 것까지 공개되면 부끄러워질 따름이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강원도청 한 공무원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취지에서 나왔다지만, 접근법과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잘못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부동산 투기와는 거리가 먼 하급직 공무원까지 싸잡아 잠재적 범죄인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 몹시 씁쓸하다"고 말했다.


강원도 또 다른 하급직 공무원은 "하급직 공무원이 돈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은 오히려 지역 정치인이나 도시계획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할 가능성이 더 있다"고 꼬집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