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좌초로 꽉 막혔던 세계 무역로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다시 열렸다. 운하를 막았던 ‘에버기븐’호는 운하 한가운데 있는 넓은 공간인 그레이트비터호로 이동 중이다.
29일(현지 시간)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에버기븐호 선체가 완전히 물에 떠올라 이동 중이라며 “오사마 라비 SCA 청장이 수에즈 운하 통항 재개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오전 수에즈운하 중간에서 좌초한 지 약 일주일 만이다. 운하 통항 서비스 업체인 레스에이전시스도 “SCA 직원들이 에버기븐호를 완전히 다시 물에 띄우는 데 성공한 것은 엄청난 기쁨”이라며 “배가 그레이트비터호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에버기븐호가 자체 동력을 이용해 이동 중이라고 전했다.
사고 선박을 빌려 사용하는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은 에버 기븐호가 본격적인 항해 재개 전에 통상적인 항해의 위험을 견디고 안전한 항해를 하기 위한 조건을 갖췄는지를 확인하는 ‘감항성(seaworthiness)’ 검사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에버그린은 또 선박에 실린 2만개에 육박하는 화물 컨테이너 처리 문제는 검사 이후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선박의 기술관리 회사인 버나드슐테선박관리(BSM)도 이 선박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BSM은 "오염이나 선박 손상은 없었다"며 "사고 원인에 대한 초기 조사에서 기계장치나 엔진 결함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날 새벽 에버그린호 선체 일부가 물에 떠오르며 운하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커졌었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에버그린호 선체 일부를 부양하는 데 성공하자 “선박 좌초로 인한 위기를 성공적으로 종식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전 세계 해상 물류의 12%를 차지하는 수에즈운하의 통항이 재개되며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수에즈운하 마비로 시간당 4억 달러(약 4,5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SCA 측은 빠른 수습으로 3.5일 내로 운하를 정상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에즈운하에 대기하고 있던 선박이 모두 지나가는 등 완전한 사태 정상화까지 일주일가량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계 최대 규모인 덴마크 선사 머스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수에즈운하가 뚫린다고 하더라도 현재 밀려 있는 선박 정체가 해소되기까지는 6일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하브 마미시 이집트 대통령 자문관 역시 이날 “(몰려든) 모든 배가 운하를 통과하기까지 일주일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SCA에 따르면 현재 운하에 대기 중인 선박은 367척이다. 수에즈운하를 지날 수 있는 배는 하루에 50척 정도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