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첫 TV토론 다음날인 30일 두 후보의 유세전은 ‘동서(東西)대결’이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 동쪽의 왕십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 서쪽의 영등포에서 집중 유세를 열었다. 유세 현장의 방향만큼이나 유세 내용도 정반대였다. 박 후보가 ‘내곡동 의혹’을 부각하며 오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면, 오 후보는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면서 '정권심판론'을 부각했다.
이날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앞에서 집중 유세를 시작한 박 후보는 연설 시작과 함께 오 후보의 내곡동 땅 투기 의혹을 정조준했다. 왕십리는 오 후보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인 광진구 바로 옆 동네다.
박 후보는 “SH로부터 오 후보 일가가 내곡동 땅에서 보상금 뿐 아니라 토지까지 특별분양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전날 MBC ‘100분 토론’에서 제기했던 의혹을 재차 꺼내들었다. 그는 “토론회에서 오 후보에게 땅의 존재와 위치를 알았는지, 측량에 참석 했는지 묻자 ‘기억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 답하더라. 이게 무슨 말이냐”며 “오 후보는 서울 시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후보는 “자료를 보니 땅값의 90%를 보상 받고 거기에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도 받았다. 이게 손해 본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 후보 일가의 땅보다 먼 곳은 땅값의 70%만 보상받았다. 보상 수준이 차이 나는 이유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 했다. 또 박 후보는 “오 후보가 측량 당시 오 후보를 봤다는 목격자들에 대해 ‘수사 기관에서 만날 것’이라 했는데 이건 협박이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연설이 끝나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오 후보 일가가 내곡동에서 특별분양 받은 토지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격은 얼마로 계상됐는지 자료를 요청하고 추정 중”이라며 “결과 나오는대로 언론 브리핑 하겠다”고 밝혔다.
오 후보의 영등포역 앞 유세 연설에선 박 후보 이야기가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오 후보는 문재인 정권 심판론에 집중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 등 야권 인사들도 총출동한 자리였다.
오 후보는 “(시장에) 만원 들고 왔다가 8,000원 밖에 못쓰고 2,000원은 아껴야 전·월세 오르는 걸 감당하기 때문에 시장이 안 돌아가고 살 물건이 안 팔려 악순환이 생긴다”고 했다. 이어 “(시장이 되면) 부익부 빈익빈이 아니라, 위는 아래로 아래는 위로 (가는)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서울시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오 후보 측은 특히 전날 경질된 김상조 전 정책실장을 거론하며 현 정권이 ‘부동산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맹폭했다. 오 후보는 “김상조란 분은 임대차 3법을 강행해서 만든 장본인인데 본인은 계약기간이 되기도 전에 돈을 많이 올려 재계약했다”며 “이게 문재인 위선 정권의 가장 최근 사례다”고 했다.
앞서 김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 직전에 자신이 전세를 준 아파트 보증금을 14% 넘게 올린 게 드러나면서 논란을 빚었다. 이에 나 전 의원도 “김상조 사건으로 국민들이 우리쪽에 누가 나오든 무슨 얘기가 나오든 2번 찍겠다 결심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