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청구서도 날아든다”... 셈법 복잡해지는 美 인프라투자 발표

31일 인프라 투자안과 재원조달 방안 발표 예정
"부채 발행량 한계치 도달...증세 불가피할 것"
"기업 이익전망치 낮추며 부양책 효과 상쇄할 수도"
"증세보다 대내외 환경이 중요...현재 양호한 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접종 속도 증가에 주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피츠버그 연설에서 대형 인프라 투자안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주식시장에서는 자금 조달 마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더는 국채에 의존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린 미국이 증세 카드를 꺼내 들면서 부양책의 긍정적 효과가 일부 상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피츠버그를 방문해 인프라 투자 계획과 재원 마련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부양책 규모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지만 2조 2,500억 달러에서 3조 달러 규모의 투자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의 유례 없는 수준의 블록딜로 시장의 부담감이 높아졌지만 메가톤급 부양책이 시장의 훈풍을 불어다 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인프라 투자 반갑지만…증세 통해 자금 조달할수도


자료=현대차증권

다만 지난해부터 계속된 부양책 발표와 달리 시장은 초대형 부양책의 재원 조달 방안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관통하면서 재정 적자와 부채에 대한 부담이 크게 늘었고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세금 인상을 언급하면서 증세로 부양책의 빛이 바랠 것을 염려하고 있다. 박민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국채 발행은 이미 한계치를 크게 초과했다”며 “인프라 투자마저 국채에 의존하면 10년물 금리가 연내 2.5%까지 오르면서 금리 텐트럼 등 금융 시장의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 증세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37%→39.6%), 법인세 인상(21%→28%) 항목 등을 고려하고 있다.


법인세 4%p 인상이 EPS 5% 이상 하락 가능

증세가 현실화할 경우 기업의 이익추정치가 내려가면서 투자 심리를 훼손하고 밸류에이션 부담을 높일 수 있다. 법인세율 인상 폭이 한꺼번에 7%포인트(21%→28%)까지 급격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지만, 4%포인트만 상향 조정되도 미국 기업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가 5.1%에서 최고 8.9%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8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낮추자 약 10주간 미국 기업의 12개월 선행 EPS 전망치가 12% 올라갔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법인세는 25~26% 수준까지 인상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인프라 투자에 따른 펀더멘털 개선 효과의 반대 급부로 증세에 따른 이익 감소가 발생해 긍정 효과를 상쇄시킬 개연성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프라 투자는 장기 계획인지라 단기에 모든 금액이 반영되는 것이 아니기에 정책 모멘텀이 소진되는 시기 (이익 감소에 대한)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올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자료=유안타증권

美 7번 법인세 인상 중 악재된 적은 4번 그쳐

‘증세는 곧 증시에 악재’라는 공식을 도식화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910년 이후 7차례의 미국의 법인세 인상 중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던 사례는 4번에 그쳤다. 전쟁 등으로 불안한 대내 상황이 전개됐을 때 증세가 부담이 됐지만, 신기술 혁신 사이클과 맞물리는 등 상승 사이클에는 별다른 타격이 없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세 자체보다 당시 대내외 경제 여건이 더욱 중요하며 현재 미국의 상황은 양호한 편”이라며 “1993년 이후 처음으로 법인세 인상이 이뤄지며 그 폭이 최대 7%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라고 설명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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