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공공은 선'이란 허상

권혁준 건설부동산부 기자


“‘이기적 개인 대 공공의 정부’라는 가정은 환상이다. 국가와 정부를 위해 일하는 사람 역시 이기적인 동기에 따라 움직인다. 사회적 후생, 정의·복지 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정부 기능과 규모를 키울수록 해당 부처가 이익을 얻는다. 정부는 점점 몸집을 불리고 재정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공공선택이론’으로 198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뷰캐넌 부고 기사의 일부다. 그가 보여준 통찰이 놀랍게도 반백 년 가까이 지난 지금 문재인 정부의 정치·경제 정책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이들은 ‘선한 정부’를 내세우며 각종 세금을 인상하고, 그 비용으로 몸집을 거대하게 불렸다. 적자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민간은 악, 공공은 선’이라는 프레임도 뷰캐넌이 예측한 그대로다.


이들이 과연 불린 몸집으로 무슨 행동을 했는가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목격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은 사전 정보를 바탕으로 신도시 조성 예정 지역에 투기했다. 여당 국회의원 및 가족 이름도 다수 발견됐다. 민간 재개발·재건축이 건설사·부동산 투기꾼들의 배만 불릴 것이라며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규제로 옥죄고, 공공 택지만을 추진한 결과다. 진짜 ‘투기꾼’은 민간이 아닌 공공에서 나왔던 것이다.


‘악한 집주인’들을 막겠다며 만든 ‘임대차 3법’도 정치인·관료 개인의 이기적 욕심을 막지는 못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법이 시행되기 직전 자기 소유의 아파트 임대료를 대폭 올렸다. 나름 ‘약자를 위한다며 나선’ 정부의 구성원 역시 ‘이기적인 집주인’일 뿐이었던 것이다. ‘선한 척’하는 정부 정책의 부작용은 온전히 국민의 몫이 됐다. 급등한 아파트값·전셋값에 시민들은 ‘벼락거지’가 됐다며 절규하고 있다. ‘공공 재개발·재건축’ ‘공공 주도 정비 사업’ ‘공공 택지’ ‘공공 임대’까지. 공공이 넘쳐나고 있지만 정부는 ‘공공’이라는 타이틀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비대화된 정부가 또 어떤 ‘거대한 비리’를 야기할지 이젠 걱정만 될 뿐이다.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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