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는 엇갈린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장마감 후로 예정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2조 달러가 넘는 규모의 1차 인프라 투자계획에 대한 기대에 나스닥이 1.54% 상승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0.36% 올랐지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26% 하락했습니다.
인프라 투자계획은 사실상 경기부양과 일자리 대책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로와 다리, 항만, 공항 업그레이드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전기차 등에 집중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요. 21%인 법인세를 28%로 올리는 것도 주목해야 합니다. 이날 나온 인프라 투자계획을 살펴보겠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피츠버그 연설에서 “나는 2년 전에 이곳에서 선거유세를 시작했다. 미국의 근간인 중산층을 살려야 한다. 일자리를 구하고 기업을 구해야 한다”며 “오늘 발표할 것은 미국인들의 일자리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인프라 투자라고 통용돼 오던 것을 ‘일자리 계획’이라고 아주 명확히 밝혔습니다. 수백 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도 했는데요.
워싱턴포스트(WP)와 미 경제 방송 CNBC 등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의 투자계획은 △다리·도로 등 인프라 투자 6,210억 달러 △주택개량 등 홈인프라 6,500억 달러 △돌봄 경제 4,000억 달러 △R&D·제조업 지원 5,800억달러 등 2조2,510억달러 수준입니다.
구체적으로 10개의 주요 교량과 1만개의 다리를 포함해 도로 개선작업에 1,150억달러를 투입합니다. 암트랙에 800억 달러를 투자하고 2030년까지 50만개의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를 포함해 주정부와 지방 정부에 1,74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5만대의 경유차량과 미 전역 스쿨버스의 최소 20%를 전기차로 교체할 에정입니다.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에도 나섭니다. 교외 지역 거주 미국인들의 35% 이상을 대상으로 광대역망을 보급하고 깨끗한 식수 보급에 1,110억달러, 공립학교 확충에 1,000억달러를 집어 넣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바이든 정부는 연구개발(R&D)에만 1,800억 달러를 투자합니다. 이는 중국과 경쟁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목표도 있지만 결국 일자리와도 연계됩니다. 바이든 정부는 소비자들에게 전기차 구입에 따른 세제헤택도 주기로 했습니다.
특히 미국 내 반도체 제조를 위해 500억 달러(56조5,000억원)를 쏟아붓기로 했습니다. 인텔을 포함해 미국 내 반도체 기업들은 일제히 환영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반도체 제조를 부흥시키기 위해 바이든 정부가 500억 달러를 지원한다”며 “중국의 부상과 경쟁국들의 기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R&D에 투자할 것이라는 의지를 다졌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중요한 제품은 미국에서 구매한다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을 할 것”이라며 “역사적인 일자리 증가와 경제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했습니다.
모든 것이 분명합니다. ‘대규모 정부 지출→일자리 창출→소득증가→경제성장’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건설과 토목이 일자리와 GDP에 미치는 영향은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여기에 R&D와 제조업지원까지 망라했으니 앞으로 미국 경기가 어떻게 될지는 말씀 드리지 않아도 아실 겁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교사와 소방관 같은 중산층들이 미국에서 세금을 많이 내는 반면 아마존은 법인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35% 법인세율은 너무 높았다. 트럼프 행정부 때 이를 21%로 낮췄는데 우리는 28%로 할 것”이라며 “28%에 대해서는 아무도 불만이 없다”고 했습니다.
월가에서는 25%와 28%를 두고 25%에 무게중심을 뒀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28%로 못을 박았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화석연료 업계에 대한 세제헤택도 없애기로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13% 수준인 글로벌 법인세 최저한세율도 21%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논의가 이뤄질 것인데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국가의 조세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저한 세율이 올라가면 전반적으로 법인세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관건은 앞으로입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과 함께 하고 싶다”며 공화당과 협력해 해당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지만 공화당의 생각은 부정적입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대규모 세금인상과 수조 달러 규모의 국가부채 상승이 동반된다면 그것은 (우리가 지지할)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는데요.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7월4일까지 통과시키는 게 목표”라고 했습니다. 독립기념일인 7월4일에 맞추는 것이죠. 이날은 코로나19로부터 사실상 독립하겠다는 날이기도 한 만큼 바이든 정부에 있어서는 이래저래 중요한 날이 될 겁니다.
워싱턴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공화당에 협조를 구하겠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60표가 아닌 과반만 얻으면 통과시킬 수 있는 예산조정권을 재차 사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도 합니다. 여기에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일자리 계획 외에 2차 인프라 대책인 가정을 위한 계획을 추가로 내놓겠다고 한 만큼 정치권의 논란은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내에서도 세제문제와 관련해서는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죠.
1~2차로 나눴다는 것은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는 1차 인프라 계획이 마지노선이며 반드시 처리해야 하겠다는 얘기인 만큼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