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연간 중금리대출 확대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당초 설립 취지였던 중금리대출에 소홀히 하고 은행보다 더 고신용자 대출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카카오뱅크·케이뱅크에 가계대출 총량 대비 중금리대출 비율을 앞으로 얼마나 늘려나갈 것인지 구체적인 수치를 담은 중금리대출 계획서를 조만간 받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계획서를 토대로 집행현황과 비교해 점검할 수 있다"며 "당초 설립취지가 중금리대출 활성화인 만큼 현 시점에서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금리대출이란 통상 옛 신용등급 4∼6등급 수준의 중신용자에게 연 10% 이내의 한 자릿수 금리로 내주는 신용대출 상품을 의미한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중금리대출 계획이 이번달 발표할 가계부채 종합 대책과 연결되는 만큼 금융위는 해당 대책 발표가 끝나고 계획서 최종본을 제출받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현재 금융당국의 인가 절차가 진행 중인 토스뱅크에 대해서도 오는 7월께 정식 출범하기 전 중금리대출 계획서를 제출받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그동안의 설립 취지와 달리 중금리대출보다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에 치중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최근 “현재 4등급 이하의 차주가 은행이 24% 정도인데 인터넷 은행은 21%밖에 안 된다”며 “혁신적인 방식으로 중금리 대출 시장을 열라는 당초 법 취지와는 달리 은행보다 못하다는 것이 정부 인식”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칼’을 빼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중금리대출 확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조3,800억원 규모의 중금리대출을 공급했고 올해는 이보다 더 규모를 늘릴 예정이다. 올해 중저신용자 대출 상품도 출시할 방침이다. 케이뱅크는 2023년까지 전체 대출 중 4등급 이하인 중저신용자 고객의 누적 비중을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올해 안에 정책 중금리대출 상품인 ‘사잇돌 대출’을 출시하는 등 올해 중금리대출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인터넷은행이 편의성을 내세워 고신용자에게 대출을 해주면서 짧은 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다”며 “설립 취지에 맞게 기존 금융권에 소외된 이용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금융당국이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케이뱅크는 가상화폐 열풍, 모바일 아파트담보대출 등에 힘입어 지난 1분기 급성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말 케이뱅크의 고객은 391만명으로 3개월 전보다 172만명 늘어났다. 지난 3년간(157만명)보다 많은 고객을 올해 석달 만에 유치한 셈이다.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의 실명확인계좌, 모바일 아파트담보대출, 파킹통장 ‘플러스박스’ 상품 등의 차별화된 상품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말 기준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은 8조7,2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4조9,700억원 증가했다. 여신 잔액 또한 3월 말 기준 약 3조8,30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12월(2조9,900억원)과 비교해 석 달 만에 약 8,400억원이 뛰었다.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은 최근 누적 취급액 5,000억원을 넘어섰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