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74세 리처드 테럴은 지난달 6일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접종 후 3~4일 정도 지나 그는 팔 부분에서 가려움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가려움증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번졌고 급기야 피부가 벗겨지고 갈라지는 증상까지 나타났다. 손과 발이 부어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19일 병원을 찾았을 때 그의 피부 상태는 응급실에서 치료를 해야 할 만큼 악화됐다. 테럴은 "피부가 따갑고 가려우며 타는 듯한 통증이 있다"고 호소했다.
3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뉴스위크 등 외신에 따르면 그에 대한 검사를 마친 의료팀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심각한 피부 반응이 나타난 최초의 사례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국소 부위에 경미한 피부 발진들은 일부 보고됐지만 증상이 이처럼 심한 경우는 처음이다.
VCU 메디컬 센터 의료진은 환자를 대상으로 여러 검사를 진행했다. 이같은 피부 증상의 원인이 백신이 아닌 다름 이유에서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는 다른 바이러스성 질병에서도 음성이 나타났고 심장·신장·간 등 장기에서도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그를 치료한 피부과 전문의 뉴탄은 "이에 따라 다른 가능성들은 배제됐고 조직 검사에선 이 증상이 약물 반응으로 판정됐다"며 "의료진은 피부 증상의 원인이 코로나19 백신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뉴탄은 이어 "백신의 특정 물질과 환자의 유전적 특성이 상호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피부에 염증이 번져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의료팀은 그의 사례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알렸다. 또 이번 사례를 의학 저널에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의료진은 "우리가 모두 알아야 할 사례이지만 백신 접종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선 안 된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런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으며 꼭 백신이 아니라도 약물 복용 후에 일어날 수 있는 증상"이라고 말했다.
테럴 역시 백신 접종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돼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코로나19 백신 중 모더나 백신 접종 후 붉은 반점 이상 반응 사례도 속속 보고됐다. 미국 의사 11명이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 후 피부 이상 반응을 경험한 환자 12명의 신체반응을 조사한 결과 붉은 피부 밝진은 백신 주입 후 체내 면역기관의 과다 반응에 따라 알레르기가 발생하면서 발진을 일으키는 것으로 봤다.
의사들은 발진을 피부 감염 등 합병증과 혼돈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연구조사에 참여한 박사들은 "의사와 환자 모두 피부 감염으로 혼동할 수 있지만 감염성이 없기 때문에 항생제로 치료해서는 안된다"며 "국소적인 통증, 가려움, 붉어짐 등은 초기에 나타날 수 있고 일주일쯤이면 보통 해결된다. 2차 접종 이후에는 평균적으로 증상이 더 미미해지거나 없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이상 반응을 이유로 백신 맞기를 기피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지윤 기자 lu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