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삼성전자와 MZ세대

이경운 산업부 기자


삼성전자(005930) 직원들이 뒤숭숭하다. 다수 직원이 회사의 임금 정책에 반대하며 사내 게시판에 항의성 차원에서 이른바 ‘드러눕기’ 이모티콘을 올린 것이다. 드러눕기 행렬은 지난 26일 삼성전자가 올해 임금 인상을 역대급 7.5%(기본 인상률 4.5%, 성과 인상률 3%)로 발표한 날까지 이어졌다. 디지털 공간에서 이뤄지는 집단 시위는 회사에 새로 합류한 MZ세대가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돈이 문제지만 돈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젊은 직원들은 조직에서 인정받는 걸 최우선으로 여기던 선배들과 다르다. 상명하복 문화에서 성과를 내기보다 개별성이 존중받고 소통과 책임을 기반으로 하는 사내 문화를 선호한다. ‘시스템의 삼성’이라는 삼성전자의 조직적 역량을 상징하는 말을 젊은 직원들은 불편해할지도 모른다. 독창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는 자신이 쉽게 대체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자칫하면 최근 쿠팡으로 이직한 무선사업부 인공지능(AI) 임원처럼 삼성을 떠나는 것이 더 나은 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요즘 직장인들의 처우 개선과 채용 트렌드를 주도하는 판교 기업들이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네이버 직원 보수는 지난 2015년 6,801만 원에서 지난해 1억 247만 원으로 약 1.5배 늘어 같은 기간 10%도 증가하지 않은 삼성전자(1억 2,700만 원)와 비등한 수준에 달했다. 더구나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035720)·라인플러스·쿠팡·배달의민족)’는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등 사내 문화적 측면에서 젊은 직장인들의 선망을 받고 있다. ‘1등 기업’ 삼성전자에는 없는 다른 장점이 MZ세대에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것이다.


‘인재 경영’은 ‘시스템의 삼성’과 함께 삼성전자를 상징하는 또 다른 말이다. 젊은 직원들을 다독이고 새로운 사내 문화를 만들어 갈 시점이 다시 다가왔다. 당장 이번 임금 타결에서 성과 평가와 연동된 인상분을 두고 회사 내에서 갈등이 불거질 우려도 제기된다. 이 문제부터 잘 해결해 삼성전자가 조직 문화에서도 국내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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