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인력 조정·협력업체 연쇄도산 불가피

[법원, 법정관리 절차 돌입]
채무 탕감·인력 구조조정 후
다시 인수합병 추진 할 듯
인수자 못찾으면 파산 가능성

잠재 투자자인 미국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 결정이 지연되면서 법원이 쌍용차에 대한 법정관리 개시 절차에 착수했다. 이로써 쌍용차는 법정관리 졸업 10년 만에 다시 법원의 관리하에 들어가게 됐다.


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전날 쌍용차 채권단에 쌍용차의 법정관리 개시 여부에 대한 의견 조회서를 보냈다.


HAAH오토모티브가 법원이 요구한 시점까지 투자의향서(LOI)를 보내오지 않으면서 양측이 협의를 기다리는 것은 의미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두 차례 쌍용차에 기회를 부여했으나 기한 안에 유의미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고 더 이상 절차를 지연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4·7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인 오는 8~10일께 법정관리가 개시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21일 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은 쌍용차의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받아들여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2월 28일까지 보류했고 투자자와의 협의를 고려해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재차 보류했다.


HAAH오토모티브는 외부 투자자 설득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투자자들은 3,700억 원 규모의 공익 채권에 부담을 느낄 뿐 아니라 쌍용차의 미래 경쟁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정관리가 개시되면 법원은 우선 쌍용차의 계속기업 가치와 청산 가치를 산정한다. 이후 채무 탕감과 인력 구조조정을 담은 회생 계획안 인가를 거쳐 다시 인수합병(M&A) 절차를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왕민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과거에는 청산 가치가 높게 나올 경우 바로 청산 절차에 들어갔으나 최근에는 다시 M&A를 통해 기업을 살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만 쌍용차는 부채가 과도하고 영업 실적이 악화되고 있어 신뢰할 만한 매수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쌍용차는 사실상 파산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회생 계획안 인가 과정에서 채권자들이 과도한 채무 탕감에 반발해 파산을 신청한 뒤 자산을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빚 잔치’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주요 채권자인 산업은행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쌍용차의 파산을 감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법정관리 개시로 쌍용차 협력 업체들의 연쇄 도산 및 폐업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식 법정관리에 돌입한 회사에 부품을 납품할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700~800개에 이르는 협력 업체들의 줄도산도 예상된다”고 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