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재구성]나이키 직원 행세 50대… 한정판 운동화 구매 대행으로 5,100만원 사기

2차례에 걸쳐 5,100만원 건네받아
여행경비·도박대금·코로나치료로 탕진
징역 8개월…"피해액 크지만 일부금액 변제한 점 참작"

에어 조던 1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 하이탑 스니커즈/사진출처=디올

“나이키에서 ‘에어조던1 디올’이라는 한정판 운동화를 제작했다. 총 8,500켤레만 생산해 VIP에게 선제공하고 나머지는 추첨으로 파는데, 희소성 때문에 인터넷에서 1켤레당 1,500만 원에 판매되기도 한다."


지난 해 6월, 서울 강남구의 한 보드카페에서 50대 A씨는 B씨에게 한정판 '에어조던1 디올’을 이야기하며 본인이 에어조던1을 나이키 본사에서 구해주겠다고 얘기했다. A씨는 “나이키 본사에 아는 사람이 있어 직원 판매가인 1켤레당 240만 원에 줄테니 마진이 남으면 수고비를 좀 챙겨달라”고 했다. B씨는 귀가 솔깃했다. B씨는 신발 8켤레에 해당하는 구입 대금으로 A씨 명의의 계좌로 다음달 7월 1일 경 2,340만원을, 7월 3일 경 100만원을, 도합 2,440만원을 보냈다.


문제는 A씨는 같은 해 5월에 나이키에서 퇴사한 상태였다. 미국 나이키 본사에 아는 직원이 없었으며, 받은 돈 또한 미국 여행경비로 쓸 생각이었다. A씨는 나이키 본사에서 에어조던1 디올 운동화를 구해 줄 의사도 없었고 능력도 없었다.


A씨는 여행을 다니며 2,440만원을 여행경비와 도박대금으로 모두 탕진했다. 8월 12일께 B씨에게 재차 연락해 “화물이 막혀서 본사로 직접 운동화를 찾으러 간다. 5~10개 정도 더 구할 수 있는데 신발을 더 살 의사가 있느냐”며 신발을 더 구입하면 귀국하여 20켤레를 모두 주겠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B씨는 A씨에게 구입 대금으로 2,660만원을 이체했다. 물론 이번에도 A씨는 신발을 살 의사가 없었다. 도박대금으로 사용하려 했으며, 미국 여행 중 걸린 코로나를 치료하는 데 사용하려고 했다.


12일이 지나고서 A씨는 또다시 B씨에게 연락했다. A씨는 “내 몫으로 산 에어조던1 디올 운동화 10켤레를 15,000달러에 양도하겠다. 15,000달러에 해당하는 1,800만 원을 달라”고 또 거짓말을 했다. 이번에도 미국 체류비용 및 도박대금으로 사용할 생각이고 운동화는 단 한켤레도 없었다. B씨는 이번엔 속지 않았다. 그해 12월 A씨는 사기죄와 사기 미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3월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강혁성 부장 판사)는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강 판사는 “피해액이 5,100만 원에 달하는 고액인 점,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금액이나마 변제하는 등 피고인에게 피해 회복의 의사가 있는 점, 동종범행으로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구아모 기자 amo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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