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을 도입하기 힘들어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근시안적인 미래 인재 육성책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한편 고등 교육 과정의 전면 개편에 대한 필요성은 높아지게 됐다.

산업연구원이 4일 발표한 ‘기업의 AI 활용 실태 조사’ 에 따르면 응답 기업 283개 사 중 53%는 AI 도입 및 활용의 애로 사항으로 ‘적합한 기술을 보유한 인력 고용의 어려움’이라고 답했다. AI 관련 인재를 키우지도, 유치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민간 기업들의 비판이 국책연구원의 조사에서 확연히 드러난 셈이다. 최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내년까지 국내 AI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만 1만 명 가까운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우려한 바 있다.

인재 부족에 이어 AI 사용을 위한 자금 마련(32.2%)을 비롯해 인프라 및 데이터 등 기술적 요소 부족(25.1%), 기존 직원 교육훈련(16.6%) 등도 AI 도입의 어려움으로 꼽혔다. 최민철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업의 AI 필요 인력은 석사 이상의 전문가인데 적합한 기술을 보유한 인력이 부족해, 내부적인 AI 기술 관련 조직 역량도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재와 기술·자금 부족 등으로 실제 AI를 도입한 기업은 필요성과 시급성에 비해 소수에 그쳤다. 통계청이 지난 2019년 실시한 기업 활동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기업 1만 3,255개 중 AI를 도입한 곳은 409개에 불과했다.

산업연구원은 기업의 AI 도입 활성화를 위해 전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도록 석사 이상 전문 인력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시작한 ‘AI 대학원 지원 사업’ 같은 전문 인력 양성책을 꾸준히 확대하고 소프트웨어, 모델 개발 분야의 인재 육성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연구원은 기업의 내부 환경 개선을 위해 AI 도입 및 활용에 필요한 자금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연구개발, AI 활용 사업에 대한 지원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투자 유인 제고, 인프라 확충, 개인 정보 관련 규제 개혁 등 기업 외부 환경과 제도적 기반을 개선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편 산업연구원 실태 조사에서 AI를 이미 도입한 기업의 2019년 AI 투자액과 지출액은 각각 84억 6,235만 원, 50억 7,924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대비 84.2%, 476% 급증한 것이다. AI 투자 규모가 1억 원 이상인 기업 비중은 2018년 48.2%에서 2019년 56.3%로 늘었고 AI 구입 규모가 1억 원 이상인 기업 비중은 같은 기간 23.3%에서 31.4%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