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어 나를 차도 없다"···재고 부족 시멘트 업계 엎친데 덮쳐

개인사업자인 시멘트 운송 차주, 택배·컨테이너 운반으로 옮겨가
시멘트 부족한데 운송문제까지 겹쳐 건설현장 시멘트 공급 차질 우려

시멘트 업체 출고장에서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BCT)들이 시멘트를 공급받고 있다. /연합뉴스

시멘트 재고량 부족현상을 겪고 있는 시멘트·건설 관련 업계의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 시멘트를 운송하는 차량인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BCT) 운영자들의 이탈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멘트 운송에서 택배나 컨테이너 운반으로 업종을 변경하는 BCT가 늘고 있어 건설 현장에 시멘트 공급이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4일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2,700여대였던 BCT는 최근 2,400여대로 줄었다. 3개월 사이 300여대가 감소한 것이다.


개인사업자 형태인 BCT는 차주와 시멘트 운송 업체가 계약을 맺고 육상에서 시멘트를 운반하는데 차주의 의지에 따라 업종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BCT 차주들이 택배나 컨테이너 운반으로 옮겨가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이 시멘트 운송보다 높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BCT의 한 달 평균 수익은 400만원 정도인 반면 택배나 컨테이너 운송은 450~500만원 가량이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비대면 쇼핑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택배의 수요가 급격히 늘었고, 이에 택배업체가 BCT 차주의 업종 변경을 유도하는 것도 BCT의 이탈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시멘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멘트의 주요 운송수단은 철도와 BCT인데 건설 관련 현장까지 시멘트를 운반하는 것은 BCT”라며 “그런데 최근 BCT가 10% 이상 줄어들어 시멘트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멘트·건설 관련 업계는 재고량도 얼마 남지 않아 시멘트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BCT 부족 현상까지 일어나 엎친데 덮친 상황이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업계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건업 업계 관계자는 “지난 겨울은 날씨가 따뜻해 건설현장이 계속 가동되면서 비수기 없이 시멘트 수요가 많다 보니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국내 시멘트 업계의 총 저장능력은 210만톤인데 현재 재고는 50만톤 이하인데다 BCT까지 부족해 건설현장의 걱정거리가 늘었다”고 전했다.


국내 주요 시멘트 업체인 쌍용C&E·삼표시멘트·성신양회·한라시멘트·한일시멘트·한일현대시멘트·아세아시멘트 등은 건설현장이 멈추지 않도록 시멘트 공급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시멘트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설비의 최대 가동, 수출 물량의 내수전환, 철도화차 추가편성, BCT 확보 등의 노력으로 시멘트 수급안정에 힘을 쏟고 있다”며 “급증하는 시멘트 수요를 충당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공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게 수급을 안정시켜 일부에서 우려하는 건설현장이 멈추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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