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보험,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하자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바야흐로 모빌리티의 시대다. 자율주행차 기술은 날로 고도화되고 있고 낯설고 위험하게 느껴지던 전동킥보드도 어느덧 일상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오는 2025년에는 드론택시로 출근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공상과학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하나둘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보험과 무관하지 않다. 오히려 보험과 관련된 무수히 많은 질문들이 던져지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경우를 보자. ‘내가 운전을 안 했는데 내 보험으로 보상을 해야 하나’ ‘자동차보험은 사라지고 제조물책임보험만 남게 되지 않을까’ 등등. 전동킥보드는 또 어떠한가. ‘전동킥보드도 자동차보험에 들어야 할까’ ‘공유 전동킥보드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킥보드 업체의 보험으로 피해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나’ ‘전동킥보드 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하나’ 등의 질문이 가능하다. 드론택시는 더욱 복잡하다. 드론택시는 드론(항공기)인가, 택시(자동차)인가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질문들이 제기된다. 많은 사람들은 보험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표한다.


새로운 위험원이 등장하면 그 위험을 인수하는 것이 보험의 역할이다. 보험이 있어야 사람들이 안심하고 새로운 이동 수단을 이용할 수 있고 관련 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 대항해 시대의 해상보험, 자동차 시대의 자동차보험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제 모빌리티 시대를 맞아 보험 산업은 모빌리티 보험을 준비해야 한다. 이는 보험 산업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보험 산업에 기대하는 것은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자동차보험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나 ‘전동킥보드는 자동차가 아니므로 자동차보험 보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판단이 아니다. ‘자율주행차도 보험의 대상이 되나요’라는 질문에는 자율주행차 전용 보험으로 응답해야 한다. ‘전동킥보드 사고가 나면 보험 처리가 되나요’라는 질문에는 전동킥보드 사고 피해자 및 운전자를 위한 보험으로 응답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보험 상품은 보험 산업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먼저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전동킥보드의 법적 성격을 자동차로 볼 것인지, 자전거로 볼 것인지가 정해져야 그에 맞는 보험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도 사고 발생 시 차주가 책임을 지는지, 아니면 자동차 제작사가 책임을 지는지가 결정돼야 자동차보험으로 보상할지, 제조물책임으로 보상할지를 정할 수 있다. 새로운 상품 개발 시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점에서 공동 보험이나 안전 할증 범위를 넉넉하게 인정하는 등의 지혜가 필요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아니 미래라고 하기도 어려울 만큼 가까운 시기에 우리는 자율주행차로 출근하고 드론택시로 퇴근하게 될 것이다. 상상만 해도 흥분된다. 보험 산업은 정책 당국 및 모빌리티 산업과 머리를 맞대고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변화에 끌려가기보다 변화를 주도해나가기를 기대한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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