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상공의 날 기념식에 이어 1일 참모회의에서도 “밀실에서 말고 당당히 공개적으로 소통을 활성화하라”며 기업인과의 대화를 거듭 주문했다. 문 대통령이 “기업인의 고충을 듣고 기업 활동을 뒷받침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한 만큼 청와대와 정부는 어느 때보다 진정성 있게 실천에 나서야 한다.
주요국들은 제조업 패권을 놓고 필사적 경쟁을 펼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 취임 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모든 부처의 지출에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기준이 지켜지는지 살펴볼 것을 지시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보다 정교하며 속도전을 방불케 한다.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에 나선 데 이어 백악관으로 반도체 업체들을 직접 부른 것은 중국 견제를 넘어 제조업 부활을 향한 공격적 전략이다. 바이든 정부는 회의에 초빙한 삼성전자에 반도체 수급에 대한 협조와 미국 내 공장 증설 등을 대놓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 아메리칸이 한국 기업의 목줄까지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도 ‘제조 2025’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 ‘칼을 가는 심정’으로 8대 신산업을 키우겠다고 했다. 유럽연합(EU) 역시 반도체에 180조 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생산의 20%가 역내에서 이뤄지게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세계 각국이 자국의 명운을 걸고 ‘산업 전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우리 기업들이 치열한 글로벌 산업 전장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3% 룰’을 비롯한 기업 규제 3법 등 족쇄를 당장 풀어줘야 한다. 해외 경쟁 기업과 대등한 여건에서 싸울 수 있게 법인세 인하 등 세제 지원책도 꺼내고, 노조에 기울어진 노조법도 하루빨리 수술대에 올려놓아야 한다. 산업을 옥죄는 현실을 외면한 채 또다시 이벤트식 만남으로 끝난다면 우리 기업들은 머지않아 경쟁 업체들의 인수합병(M&A) 먹잇감으로 전락할 것이다.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