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초콜릿폰 등 피처폰 영광에 안주...스마트폰 혁신 뒤처졌다

애플 아이폰 출시로 돌풍불 때
'스마트폰, 찻잔 속 태풍' 간과
연구인력 줄여 시장 대응 못해
"기업들 미래투자 타이밍 중요"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LG전자(066570)는 대응이 미흡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때 ‘초콜릿폰’과 ‘프라다폰’의 인기 속에 글로벌 시장점유율 3위에 올랐던 LG전자 휴대폰 사업부가 26년 만에 사업을 철수하면서 스스로 작성한 비망록의 한 줄이다.


LG전자는 5일 공식 자료를 통해 휴대폰 사업 실패의 이유를 “최근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에서는 양강 체제가 굳어지고 주요 경쟁사들이 보급형 휴대폰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가격 경쟁은 더욱 심화되는 가운데 LG전자는 대응 미흡으로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고 스스로 분석했다.


LG전자는 휴대폰 사업 부문에서 지난 26년 동안 다양한 혁신과 도전을 통해 영광도 누렸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잘못된 판단이 발목을 잡으며 결국 영욕의 역사를 마감하게 됐다.


지난 1995년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의 전신인 LG정보통신으로 휴대폰 사업을 시작한 LG전자는 ‘화통(話通)’ 브랜드를 시작으로 프리웨이·싸이언·프라다폰·초콜릿폰·김태희폰·와인폰·옵티머스·G/V시리즈 등 수많은 히트 브랜드를 출시하며 휴대폰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LG전자는 피처폰 시절 미국 이동통신교환(CDMA)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기도 했으며 2010년 3분기에는 분기 판매량이 2,800만 대에 육박하면서 노키아와 삼성전자(005930)에 이어 세계 휴대폰 시장 3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 LG전자는 초콜릿폰과 샤인폰·프라다폰 등의 피처폰으로 연이은 판매 대박 행진을 이어나갔다. 특히 2005년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인 초콜릿폰은 1,000만 대 판매를 돌파하며 LG전자 휴대폰 중 첫 ‘텐밀리언셀러폰’이 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후 LG전자는 2008년 샤인폰에 이어 저가형인 LG KP100 등도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대 이상 판매될 정도로 멈추지 않는 피처폰 성공 신화를 써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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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초콜릿폰·샤인폰·프라다폰 등 피처폰의 연이은 성공은 역설적으로 2009년 시작된 스마트폰 시대에 뒤늦게 대응하는 원인이 됐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며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켰지만 LG전자는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오지 못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글로벌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재편되던 당시에 “스마트폰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역사를 바꾼 패착이었다. 실제 LG전자는 당시 컨설팅 결과에 따라 스마트폰 연구개발 인력을 줄이고 피처폰 마케팅에 더욱 집중했다.


시장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해 제때 대응하지 못한 결과는 참담했다. LG전자는 2009년 6월 윈도 OS를 탑재한 아레나폰을 야심 차게 출시했지만 시장 반응은 처참했다. 아레나폰의 부진을 털기 위해 같은 해 9월 초콜릿폰의 명성에 기댄 뉴초콜릿폰으로 진화에 나섰지만 흑자 전환은 쉽지 않았다. 결국 스마트폰 시장에 한발 늦은 대응은 실적 악화로 이어졌고 사업 전환의 타이밍을 놓친 대가는 혹독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적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 누적 적자는 약 4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스마트폰만을 만드는 독자 기업이었다면 생존이 불가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 등장에 삼성전자가 다급히 갤럭시S 등 스마트폰을 준비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LG전자는 시장 흐름을 읽는 데 실패했다”며 “LG전자 뿐만 아니라 노키아와 모토로라·블랙베리 등 피처폰 영광에 취해 스마트폰 시대로 전환에 실패한 기업들을 거울 삼아 다른 기업들도 미래 성장 동력 찾기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후 LG전자는 2014년 뒤늦게 선보인 스마트폰 ‘G3’가 1,000만 대 이상 팔리며 LG 휴대폰의 부활을 꿈꿨지만 이후 후속작들의 실패로 빛을 보지 못했다. 2015년 나온 G4의 부진에 이어 2016년 모듈형 스마트폰인 G5로 도약을 노렸지만 유격 문제 등 품질 문제가 불거지며 LG전자 스마트폰의 신뢰도를 더욱 하락시켰다. 이후에도 벨벳과 스위블폰인 윙을 내놓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 등이 빠지는 등 소비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며 흥행 실패를 이어나갔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잘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원하고 납득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며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결국 시장과 소비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현섭 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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