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비리온상 낙인 찍어…우린 민심달래기 희생양"

'지나친 적폐몰이' 불만 목소리
모든 직원 재산등록 의무화에
"재·보선 앞두고 꼬리 자르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사태가 불거지며 모든 공무원에게 재산 등록 의무가 부과되자 공직 사회에서는 ‘지나친 적폐몰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공무원 직계 존·비속의 재산도 신고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1,000만 명의 국민 재산 정보가 신고 대상에 오를 수 있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공무원을 증원하는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기획재정부와 한국도로공사·농어촌공사·국가철도공단·LH 등 부동산 개발 관련 정부 부처와 공공 기관 모든 직원의 인사혁신처 재산 등록을 의무화했다. 기존에는 4급(서기관) 이상 공무원과 공공 기관 임원이 대상이었지만 이를 모든 직원으로 확대했다. 부동산 개발과 관련이 없더라도 모든 정부 부처 공무원들과 공공 기관 임직원은 전 재산을 소속 부처·기관 감사 부서에 등록해야 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말 기준 전체 공무원 111만 3,873명에다 공공 기관 41만 594명까지 합해 153만 명이 재산 등록 대상이 되는 셈이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국민의 분노가 워낙 크니 이런 대책이 나온 것이겠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특히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 고위 공직자들이 즐비한데 재보선을 앞두고 공무원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정부가 땅 투기 근절을 위한 후속 조치라고 내놓은 공무원 재산 등록이 모든 공무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는 데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부동산 정책 실패를 하위직 공무원의 책임으로 전가해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무원 본인을 비롯해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을 합칠 경우 인구 5명당 1명은 재산 신고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제출한 재산 등록, 증빙 서류를 상시적으로 관리·검증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대대적인 충원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문제다. 전국 225개 기초자치단체, 17개 광역자치단체와 각급 교육청, 중앙 정부 부처와 경찰·소방청 지역 조직에 모두 재산 등록, 검증,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별도 팀을 만들 경우 최소 수천 명의 공무원 증원이 필요하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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