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이사회 중심 경영 체제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기조가 확산하면서 보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일찌감치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감사위원회 전원 사외이사 구성’ 시도를 한 SK그룹의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조해온 최태원(사진)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종종 ‘스팬오브컨트롤(Span of Control·관리의 범위)’이라는 용어를 주변에 언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용어는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조직 관리 용어로, ‘리더가 조직을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직원의 수’ 개념을 설명할 때 활용된다. 통상 조직 인원이 5~8명일 때 리더가 조직원들에게 직접 보고를 받으면서 그 조직을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본다.
최 회장은 SK그룹 총수인 자신이 123개(2020년 기준·공정위) 계열사의 모든 현안을 챙길 수 없기 때문에 각사 이사회가 주도적으로 경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 용어를 쓴다고 한다. 대형 로펌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국내 대기업 오너들이 잘 생각하지 않는 식의 발상을 할 때가 있다”면서 “SK그룹이 일찌감치 이사회 중심, 수펙스(SUPEX) 추구협의회 중심 경영 체제를 뿌리 내린 것도 이러한 배경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 최 회장은 지난 2019년 지주사인 SK㈜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고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에게 의장을 맡겼다. SK이노베이션도 당시 이사회 의장이었던 김창근 회장의 바통을 현재 김종훈 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석대표가 이어 받았다. SK하이닉스 역시 박정호 부회장이 내려오고 현재는 하영구 전 시티은행장이 맡고 있다. 그룹 최고 의사 결정 협의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전문 경영인인 조대식 의장이 맡고 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