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바이든식 아메리칸 퍼스트…주요국에 사실상 “법인세 올려라”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바이든 정부의 최대 목표는 중산층 재건이다. 이것의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한다. /AP연합뉴스

5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는 1%가 넘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경기회복 낙관론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13%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은 각각 1.44%와 1.67% 올랐습니다. 고용과 서비스업 지표가 좋았기 때문인데요.


이날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사실상 글로벌 법인세 인상을 본격적으로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의 증세계획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세계 경제와 제조업, 일자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인데요. 이에 대한 의미를 알아보겠습니다.


리쇼어링+세수 확충 일석이조…韓 등 G20 대상·대형 기술주에 악재

지난 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조2,500억 달러(약 2,500조원) 규모의 1차 인프라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법인세를 지금의 21%에서 28%로 올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수조 달러에 달하는 지출을 하려니 재원이 있어야 하고 이를 증세를 통해 풀겠다고 한 것인데요.


이날 옐런 장관은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CCGA)에서 한 연설에서 “30년 동안 이어진 각국의 법인세 바닥경쟁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다국적 기업들이 본사를 어디에 두든 상관없이 적용될 최저한 세율에 대한 논의를 요구했습니다.


예를 들어 다들 법인세를 낮추거나 현수준을 유지하는데 미국만 올리면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익은 줄 것이고 투자와 일자리도 줄어들겠죠. 재정이 필요해 법인세를 올리는데 미국 기업의 경쟁력이 약해지면 안 되니 다른 나라에 “너희들도 같이 올리자” 이런 겁니다. 미 재무부 관계자는 “법인세 하한선 설정이 효과를 발휘하도록 세계의 다른 주요 경제국들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요. 바이든 정부는 미국 기업이 해외 자회사에서 번 돈에 대해서도 10.5%인 세율을 21%로 올릴 계획인데요. 대형 기술주에는 큰 악재입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요구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글로벌 최저한 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계속 논의돼 왔지만 진척이 더뎠습니다. 이번에 옐런 장관이 이를 전면에 들고 나왔으니 최소한 바이든 행정부 4년 동안은 주요국에 이를 강하게 요구할 수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1980년 전 세계의 법인세율 평균은 40%였지만 지난해에는 23%로 낮아졌다고 합니다.


현재 OECD는 조세협약 논의 과정에서 12%를 하한선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는데요. 최저한세율이 생기면 전반적으로 법인세가 올라가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모텔의 1박 비용을 최소 10만원으로 정하면 호텔 비용은 그 이상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전반적인 임금이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죠.


어쨌든 글로벌 최저한세율을 선정하면 미국 제조업체와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미국으로 복귀할 유인이 더 커지게 됩니다. 다국적기업의 본사 해외이전의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절세이기 때문이죠. 중산층 재건과 일자리 창출이 최대 목표인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는 글로벌 최저한세율을 올리면 이같은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바이든식 ‘아메리칸 퍼스트’입니다.


트럼프나 바이든이나 결국 미국 우선주의…단, 월가서는 회의적

그래서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을 허투루 보면 안 됩니다. ‘3분 월스트리트’에서도 전해드렸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중산층을 위한 외교’입니다. 정권의 목표도 중산층 재건입니다.


이번 인프라 계획에도 전기차 인프라 지원에 1,740억 달러, 반도체 국내 생산에 500억 달러를 쏟아붓기로 했습니다. 미국에 좋은 일이지만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과 경쟁하고 미국에서 물건을 팔아야 하는 한국 같은 국가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도구는 조세·금융·재정이 있습니다. 저출산 문제를 풀기 위해 아이있는 가정에 소득공제 같은 세제혜택을 주거나 대출을 지원해주고, 직접 돈을 주는 방안 등이 있는 겁니다. 그런데 미국의 요구대로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을 만들면 각국은 조세정책에 대한 운신의 폭이 줄어듭니다.


어떤 나라가 외환위기를 맞아 해외기업을 유치해 달러를 끌어모으려면 법인세를 대폭 인하하는 게 주요 방법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최저한세율을 만들면 이것이 어려워지는 셈이죠. 조세주권에 관한 문제입니다.


물론 바이든 정부는 증세는 각국 정부의 재정확충에 좋다고 얘기할 겁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 드렸듯 나라별로 처한 상황과 입장이 다릅니다.



월가에서는 글로벌 법인세 최저한세율 설정에 회의적이다. 하지만 파리 기후변화협약처럼 미국이 장기간에 걸쳐 이를 밀어부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 정부가 이를 강하게 밀어부치더라도 실제 합의까지는 시간이 오래걸리거나 난관이 많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스카이브리지 캐피털 설립자인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옐런 장관의 뜻은 이해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크게 걸려있기 때문에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죠. G20 국가가 대승적으로 동의해도 세계의 공장이자 소비처인 중국 같은 나라가 나는 못하겠다고 하면 전체적인 의미와 효과가 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탄소배출 감량처럼 말이죠.


각종 꼼수가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법인세 대신 소득공제나 세액공제를 해준다든지 각종 보조금으로 우회할 수 있죠.


그럼에도 미국이 주장하고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일인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일본의 환율을 강제절상했던 플라자합의 때와 같은 수준의 힘을 바이든 정부가 발휘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이날 옐런 장관은 “지난 4년 동안 우리는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뒤로 물러섰을 때 어떤 일이 생겼는지 직접 봐왔다”며 “아메리카 퍼스트가 아메리카 얼론(alone)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동맹과 같이 하면서도 아메리카 퍼스트를 할 수 있다는 뜻이죠. 민주당 정부가 또 들어선다면 미국이 이를 결국 관철할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됩니다.


美, 갈수록 빨라지는 ‘V자’ 회복…韓, 선거모드 돌입에 회복격차 커질 우려

미국의 법인세 인상과 그에 따른 글로벌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시도는 미국의 빠른 경기회복과 맞물려 있기도 합니다. 경제가 좋아지고 증세를 감당할 수 있는 상황으로 조금씩 나아가면서 바이든 정부가 세금인상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앞서 미국의 3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전월보다 91만6,000명(예상치 67만5,000명)을 늘어난 데다 이날 나온 ISM의 3월 비제조업(서비스업) 활동지수가 63.7로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토이 드위어 카낙코드 지뉴어티의 수석 시장 전략가는 “V자 회복의 초기단계”라며 “앞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추가적인 셧다운이나 연준의 긴축정책인데 어느 것도 가까이 있지 않다”고 전했는데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4차 유행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인 스콧 고틀립은 미 경제 방송 CNBC에 “최근의 움직임은 지역적인 것으로 4차 유행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코로나19 환자가 일부 증가하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가 아니라면 미국이 다시 셧다운에 들어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앞으로 나갈 일만 남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요. 지난 3일에는 일평균 접종건수가 300만 건을 넘어섰는데요. 법인세 인상이 이뤄지지만 8년에 걸쳐 쓸 돈(2조2,500억 달러)을 15년에 나눠 낸다(증세)는 점을 고려하면 한동안 경기진작에 쓰는 돈이 더 많은 셈입니다.


이렇다 보니 계속 언급되는 K자형 회복에 대한 문제가 남습니다. 백신접종이 빠른 나라와 그렇지 않은 국가 사이의 경기회복 격차 말이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간을 무한정 주는 게 아닙니다. 시장에서는 매달 100만명에 가까운 고용회복이 이뤄지면 여름께부터는 매월 1,20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매입에 대한 축소얘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얘기가 지배적입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연준이 그래야 하지만 실제로 그럴 것이냐는 다른 문제”라며 인플레이션 없는 고용확대에 완화적 통화정책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점쳤지만, 긴축의 시곗바늘은 점점 더 빨리 돌고 있습니다.


과민할 필요는 없지만 긴축은 옵니다. 4·7 재보궐선거를 지나 대선모드로 진입할 한국이 연준이 준 시한을 제대로 활용해 경제를 살려놓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습니다. 경제가 취약한 상태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말 그대로 직격탄이 될 것입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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