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대에 벤처기업을 창업해 사업 경험을 쌓은 벤처기업인들이 스타트업의 멘토로 변신하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 자금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직접 몸으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자 역할도 하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인들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성공 사례가 후배들의 자양분으로 거듭나는 ‘창업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벤처캐피털(VC) ‘본엔젤스파트너스’를 통해 투자한 부동산다이렉트·밸런스히어로즈·코드브릭·뉴플로이·아이엠랩·마카롱팩토리·지오인터넷 등 7개 스타트업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장 의장은 1997년 네오위즈, 2005년 첫눈, 2007년 블루홀(현 크래프톤)을 설립해 성공시킨 ‘연쇄 창업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 의장은 단순한 투자에 머물지 않고 연쇄 창업에 성공한 '멘토’로서 성장 가능성 높은 스타트업들의 발전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1998년 미국에서 호스트웨이를 창업해 성공을 거둔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역시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을 통해 스타트업 투자와 사업 조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은 항상 다양한 조언을 받을 수 있는 멘토를 곁에 둬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특히 미국에서 창업해 성공을 거둔 후 매각까지 경험한 독특한 경험은 국내외 시장을 모두 노리는 ICT 스타트업들에 큰 자산이 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공동 창업자인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는 사업 전선을 떠나 후진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매쉬업엔젤스는 스타트업들이 가장 투자 받고 싶어하는 액셀러레이터로 꼽히기도 한다. 비결은 이 대표가 멘토로 직접 나서 스타트업 경영자들을 돕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이외에도 저술과 강연 활동으로 스타트업 경영자들과 예비 창업가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고 있다.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서 한걸음 물러나 글로벌 투자에 집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게임빌(063080) 창업자인 송병준 의장은 지난달 게임빌·컴투스 공동 의장 겸 글로벌전략책임자(GSO)를 맡았다. 게임빌·컴투스 관계자는 “송 의장이 인수합병(M&A) 등 전략적 투자 및 글로벌 성장 전략을 총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 의장의 동생인 송재준 게임빌·컴투스 부사장은 지난해 8월 VC 크릿벤처스를 설립하고 스타트업 초기 투자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역시 2017년 의장 자리를 내놓고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맡아 글로벌 투자를 이끌고 있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는 2006년 이후로 넥슨에서 공식적인 직함이 없다. 김 대표는 NXC를 통해 게임은 물론 다양한 분야로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본엔젤스 등 VC에 투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