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의 용암사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옥천9경’ 중 4경으로 꼽힌다. 운해를 뚫고 나온 산봉우리가 구름 위에 섬처럼 떠 있는 옥천군청 홈페이지 속 사진에 매료돼 새벽에 응암사로 향했다.
사방이 어두운 가파른 경사로를 올라가며 헤매기를 수차례. 겨우 용암사에 당도해 대웅전 뒤편 운무대로 오르니 운무대 아래는 아직 깜깜했다. 새벽 추위에 한참을 떨다 보니 멀리 동편 하늘이 불그스레 물들기 시작한다. 용암사 일출은 구름 위로 솟구치는 일출이 제맛이라는데 하필 이날은 구름 대신 미세 먼지가 잔뜩 끼었다. 일곱 시가 채 안 되어서 아침 해는 지평선에 깔린 미세 먼지를 헤치고 마침내 얼굴을 내밀었다.
용암사의 운해와 일출은 ‘CNN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50곳’에 포함될 정도로 경치가 뛰어나 사진작가들의 단골 촬영 포인트로도 꼽힌다. 용암사 일출을 보고 난 후에는 경내에 있는 보물 제1338호 동서삼층석탑도 둘러볼 만하다.
일출도 장관이지만 옥천을 대표하는 1경은 둔주봉 한반도 지형이다. 한반도 지형의 세로 길이는 1.45㎞로 실제 한반도를 980분의 1로 축소한 크기다. 둔주봉 정상(384m) 바로 아래 전망대(275m) 데크에 올라서면 난간 너머로 영락없이 한반도 모습을 닮은 지형이 보이는데, 다만 좌우가 바뀌었을 뿐이다. “정자에 달려 있는 볼록거울로 보면 제대로 된 한반도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배정옥 문화관광해설사의 말을 듣고 시키는 대로 했더니 거울에 비친 모습이 과연 제대로 된 한반도 모양이다.
한반도 지형은 태곳적부터 있었을 테지만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1976년경이다. 당시 이곳에서 산불 감시를 하던 정이우 씨가 강을 가리고 있던 나뭇가지를 치자 모습이 드러났고,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사진작가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고 한다. 전화번호를 수소문해 연락이 닿은 정이우 씨는 “한반도 지형 안에는 원래 한 가구가 살고 있었는데, 두 가구가 더 들어와 지금은 모두 세 가구가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망대에서 만난 주민에 따르면 “아무리 비가 많이 와서 강물이 불어도 한반도 지형 안에 있는 민가까지는 물이 들지 않는다”며 “한반도 지형의 뒤편이 산 너머로 연결돼 있지만 길이 없는 데다 악산이라 도보 이동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반도 지형 안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옥천군에서 지원해 준 배를 이용해 강을 건너 다닌다고 한다.
하지만 옥천군 최고의 명소 한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기자는 주저 없이 옥천3경인 부소담악을 먼저 꼽을 것이다.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부소무니 마을 앞 바위 절벽이 700m가량 이어진 부소담악은 바위 병풍을 방불케 하는 장관으로 우암 송시열이 ‘소금강’이라 예찬했을 정도다. 이곳은 2008년 국토해양부가 전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곳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부소담악은 원래 산이었으나 대청댐 준공으로 산의 일부가 물에 잠겨 마치 바위가 물 위에 떠 있는 형상이 됐다. 부소담악의 능선부에 세워진 추소정에 올라 보는 풍경도 좋지만 부소담악의 진경은 옥천 읍내에서 환산로를 타고 추소리 방향으로 향해 가다가 언덕을 넘어가는 내리막길에서 가장 잘 보인다.
인근에는 카페도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모두 부소담악이 잘 보이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으니 커피를 마시며 절경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옥천 맛집 구읍할매묵집
옥천군의 특산 음식은 매운탕과 어죽·도토리묵 등인데 이 중에서도 50년 전통의 ‘구읍할매묵집’이 유명하다. 이 집은 2대에 걸친 맛집으로 원래 시어머니가 운영하던 식당을 며느리가 이어서 운영하고 있다. 메뉴는 도토리묵과 메밀묵으로 메밀묵은 겨울에만 내놓는다. 다른 지역의 묵밥이 묵과 밥을 국물에 말아 내놓는 것과 달리 이 집은 국물에 묵만 들어 있다. 공깃밥은 따로 주문해야 하는데 굳이 밥을 주문하지 않아도 묵만으로 배가 부르다. 함께 나오는 고추장아찌·동치미 맛이 뛰어나다. 가격은 7,000원. /글·사진(옥천)=우현석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