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기조에서 소외된 삼척블루파워 등 석탄발전소들이 자금 조달에 부담을 겪고 있다. 이들과 연간 14조 원이 넘는 차입 약정을 맺은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금융그룹에서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면서 투자자 확보가 어려운 분위기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는 이달 예정했던 회사채 발행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금융기관 차입 등을 이용해 상반기 필요한 투자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금융권에 탈석탄 기조 심화로 투자 수요 모집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삼척블루파워는 포스코그룹 계열의 민자 석탄발전소다. 지난 2010년 이후 전력예비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안정적인 기저 발전을 확충하기 위해 민간 석탄발전 사업이 진행됐다. 포스코와 GS그룹은 당시 정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제도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투자 효율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상업 가동을 시작하지 않은 만큼 매출은 없지만 기업 신용도 AA- 등급으로 높아 시장 자금 조달도 우호적이었다. 삼척블루파워가 첫 공모채 발행에 나선 2019년 모집액(50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1,300억 원의 매수 수요를 확보한 이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금 시장이 불안정하던 지난해 9월에도 1,000억 원 모집에 1,600억 원어치 주문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석탄발전을 대폭 감축하는 정책을 수립하면서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탄소 중립을 위한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잇따르면서 분위기는 더 악화했다. 대부분 기업들이 ESG를 강조하며 친환경 행보에 나서자 보험사와 연기금·자산운용사 등 금융권에도 탈석탄 기조가 확산한 것이다. 공무원연금공단·지방행정공제회·사학연금·교직원공제회 등 공적 금융기관이 석탄 투자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우리금융그룹도 관련 회사채와 보험 인수를 중단했다.
현재 국내 민간 석탄발전사는 삼척블루파워·GS동해전력·강릉에코파워·고성그린파워 등 4곳이다. 삼척블루파워를 제외한 나머지 3곳은 필요한 자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만 조달해 투자자 모집 부담이 적다. 삼척블루파워는 오는 2024년 발전소 준공까지 약 8,000억 원을 추가 조달할 계획을 갖고 있다. 상업 운전 이후에도 매년 3,6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차환 발행해야 한다. ESG로 자금이 쏠릴 경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국내 금융기관이 석탄발전사에 제공한 전체 금융 규모는 약 60조 원으로 각각 △PF대출(16조 원) △회사채(25조 원) △보험(18조 원) 등이다. 민간 석탄발전사 4곳이 국내 금융사와 맺은 차입 약정액은 총 14조 4,000억 원가량에 이른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ESG 투자 기조가 강화되면서 석탄발전 등 일부 소외된 업종에 대한 기피가 심해졌다”며 “회사는 물론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담당하는 증권사들의 부담이 커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삼척블루파워 관계자는 "사업 초기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계획할 당시 금융사와 총액인수확약 및 한도대출 약정 등을 통해 회사채 발행, 차입금액을 충분히 협의했다"며 "추후 자금 조달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