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정원 미달로 대학가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초중등학교 간 통합 작업이 지지부진해 교육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령인구 급감에 대응하기 위해 통합운영학교 제도를 20년 넘게 운영 중이지만 전국적으로 참여 학교가 한 해 1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교원 감소를, 학부모는 교육 환경 악화 등을 걱정하며 통합을 꺼리고 있다.
7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3월 1일부터 통합운영학교로 전환된 학교는 전국에서 전남 장천초와 영암서호중이 유일한 것으로 집계됐다. 초중고 전체 학생 수가 2019년 545만 2,805명에서 2020년 534만 6,874명으로 감소하는 등 학령인구 급감이 심각한데도 지난해(경기 연천 대광초·대광중)와 올해 통합 사례는 각각 단 1건에 불과했다.
통합운영학교는 초중고 등 다른 학교급 2개 이상이 학교를 통합하는 제도다. 학교 신설 때부터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거쳐 통합운영학교로 출범하거나 따로 설립된 인접 학교들을 중도 통합하는 경우로 나뉜다. 중도 통합운영학교 수는 올해 3월 기준 총 103개 교다.
초중등교육법이 제정된 1998년부터 학교 설립자·경영자가 효율적인 학교 운영을 위해 필요 시 지역 실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초중고를 통합할 수 있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데도 운영·행정 비용은 변하지 않는 비효율적인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1개 이상의 학교 시설을 폐쇄해 통합하면 30억 원, 학교 시설을 폐쇄하지 않고 통합하면 10억 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수십 년 전부터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으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이 진행됐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에 따르면 1982년부터 2006년 5월까지 소규모 학교 통폐합으로 약 1조 7,000억 원의 예산을 절감했지만 최근 인위적 통폐합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에 현 정부 들어 정부 주도 학교 통폐합을 지양하면서 통합운영학교가 학생 수 급감에 구조적으로 대응하는 유일한 제도가 됐다.
제도 시행 첫 5년간 79곳이 통합운영학교로 전환했지만 2004년부터는 참여 학교가 연평균 1.28곳에 그칠 만큼 호응도가 낮다. 올해 기준으로 충남(20개 교)·경북(16개 교)·전북(16개 교)·전남(12개 교) 등 4개 지역에 60% 이상이 쏠리는 등 통합운영학교가 농어촌에 집중되는 문제도 심각하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32년 만에 처음으로 등록 인구수가 1,000만 명을 밑돌며 인구 유출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지만 통합 사례는 서울체육중고가 유일하다.
중도 통합운영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학교와 학부모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학교 입장에서는 교장이 2명에서 1명으로 줄어들고 교직원 겸임이 가능해 통합운영학교를 ‘일자리를 뺏는’ 제도로 인식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자녀가 중고교 학생들로부터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올해 초 서울 마포구 창천초와 창천중 간 통합이 무산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농어촌에서는 학생이 너무 없으니 폐교보다는 통합운영이 낫다고 학교와 학부모를 설득하지만 한계가 있다”며 “학교 통합은 교육감 권한이어서 정부는 재정 지원 정도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올해 6월부터는 통합운영 추진 시 학생·학부모 의견 수렴이 의무화되면서 추진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통합운영학교 활성화를 위해 다른 학교급 교사 간 교차 수업을 허용하도록 법 개정을 주장하지만 실현 가능성과 효과는 미지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 학교법인과 접촉하며 통합운영 제도를 알려왔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가 없었다”며 “올 하반기에는 처음으로 사립학교 대상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