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폰지사기’ 中 단커, 1년만에 뉴욕증시서 퇴출

수익보다 덩치에 집착한 中 스타트업 방식 다시 부각돼

지난 2020년 1월 17일 단커의 NYSE 상장 모습. /바이두

중국에서 임대주택 관리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했다고 각광받은 ‘단커아파트(蛋殼公寓, 단커는 ’계란껍질‘이라는 의미)가 결국 상장 1년만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오포·루이싱커피 등의 사례에서 보듯 수익성 확보 보다는 몸집 불리기에 더 집착한 중국식 스타트업 업체의 새로운 실패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NYSE는 전날 성명을 통해 “중국업체 단커아파트를 상장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NYSE는 단커가 “올해 2월과 3월 우리가 요구한 회사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별도로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시의적절한 정보도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단커아파트는 지난 2020년 1분기에 12억3,000만위안(약 2,1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힌 이후 한번도 재무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커 주식은 지난 3월 15일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황이다. 단커가 지난 2020년 1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것을 감안하면 겨우 1년 만의 퇴출이다. 작년 상장 첫날 이 회사 시가총액이 무려 27억4,000만달러(약 3조1,000억원)이었는데 이것이 거품처럼 사라지는 셈이다.


지난 2015년 설립된 단커아파트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을 등에 업고 유망 스타트업으로 주목받았다. 중국에는 집주인이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임대대상 집 관리까지 맡기는 경우가 흔한데 단커는 이를 체계화했다.


단커의 사업구조는 대략 이렇다. 집 주인에게 아파트를 빌려 관리하면서 세입자를 모집했다. 집 주인을 대신해 인테리어부터 세입자 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맡았다. 집 주인은 앉아서 월세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었다. 호응이 좋아 지난해 말 현재 단커는 중국 전역에서 40만 곳을 관리했다.


재정 수입원은 세입자다. 단커는 입주자들에게서 1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받았다. 대신 집주인에게 매달 또는 분기별로 집세를 지급했다. 이렇게 현금 흐름에 ‘시간차’가 생기면서 단커가 돈을 굴릴 여지가 생긴 것이다. 단커는 이를 인테리어나 광고비, 또 다른 사업 확장에 사용했다.


1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내는 것이 부담인 세입자에게는 협력 은행을 지정해 줬다. 세입자들은 연리 10% 내외의 고율 은행 대출을 받고 원리금을 나눠서 갚도록 했다. 즉 단커 측은 아무런 부담을 지지 않는 가운데 중간 이득을 취한 것이다.


사실상 ‘폰지 사기’라는 주장도 앞서 나왔다. 단커의 임대 사업이 계속 확장할 경우에는 문제가 없는 듯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이은 경기둔화로 관리 중인 주택의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다. NYSE 상장 직후에 코로나19가 발생한 것도 운이 나빴다.


단커에서 월세가 들어오지 않자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에게 방을 빼라고 요구했다. 세입자가 1년치를 미리 냈음에도 돈이 바닥난 단커가 집주인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이다.


집 주인에 의해 단커 주택에서 쫓겨나는 세입자들이 늘어나면서 지난해말부터 중국에서 사회문제로 비화했다. 단커 사태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다. 과도한 경기 부양의 후유증으로 중국에서 주택 가격이 연일 급등하면서 특히 젊은이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정부가 당초 단커 같은 임대 사업을 권장한 이유다. 중국에는 유사업체들이 수백곳 더 있다.


이번 ‘단커 사태’로 수익보다는 덩치에 더 집착하는 중국 스타트업 업계의 고질병이 다시 한번 노출됐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오포 등 공유자전거 업체가 대표적 사례다. ‘중국판 스타벅스’라고 자신한 루이싱커피도 매출조작으로 미국 증시에서 상장폐지 됐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