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S21 조기등판 신의 한 수"…삼성전자, 모바일 영업익 4년여 만에 반도체 앞서

7일 서울 서초구 삼성딜라이트에 전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21 시리즈 /연합뉴스


‘갤럭시S21’을 앞세운 삼성전자(005930)의 스마트폰 부문이 15분기 만에 반도체 영업이익을 넘어서며 올 1분기 깜짝 실적의 주인공이 됐다. 반도체 부문 부진 속에도 삼성전자의 IM(IT·모바일) 부문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에 육박하는 4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주력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21 시리즈를 약 두 달 이상 당겨 조기 등판시킨 삼성전자의 특단의 전략이 ‘신의 한수’가 됐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1분기 전체 잠정 실적을 발표한 7일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IM 부문의 매출은 29조 9,000억 원대, 영업이익은 4조 5,000억 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 영업이익이 9조 3,000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IM 부문은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에 가까운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IM 부문은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 부문인 반도체 부문의 실적도 넘어섰다.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한파로 인한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 가동 중단 등 악재가 겹친 반도체 부문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을 3조 5,000억 원대로 추정했다. IM 부문이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6년 2분기 이후 15분기 만이다. 당시 IM 부문은 4조 3,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반도체 부문은 2조 6,000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IM 부문의 깜짝 실적은 갤럭시S21 출시를 기존보다 약 두 달가량 앞당기면서 이전 모델보다 가격도 낮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소비 심리를 자극한 점이 주효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통상 3월 초 정식 출시해왔던 갤럭시S 신형 모델을 올해는 1월 29일에 조기 출시했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애플의 첫 5세대(5G) 스마트폰인 ‘아이폰 12’의 돌풍을 잠재우고 미국의 제재로 인한 화웨이의 공백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갤럭시S21의 출고가를 자사 5G 플래그십 최초로 99만 원대로 100만 원 아래로 확정해 고객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갤럭시S21 시리즈의 국내 판매량이 100만 대를 돌파했다. 1월 29일 출시 이후 57일 만으로 전작인 ‘갤럭시S20’ 대비 약 한 달가량 빠른 기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선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갤럭시S21은 미국 시장에서도 출시 후 4주간 판매량이 전작의 세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미국 시장에서 출시된 갤럭시S 시리즈는 출시 후 2주 차에 정점을 찍고 난 뒤 감소세로 접어드는 양상을 보였지만 S21의 경우 출시 3주 차 이후에도 상당 수준 판매량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판매 호조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2월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1위 자리를 다시 탈환하기도 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월 시장점유율은 전월 대비 17% 상승한 20%로 17%에 그친 애플을 제쳤다. 업계 관계자는 “신형 아이폰 돌풍을 잠재우기 위한 갤럭시S21 조기 등판 전략이 제대로 먹혀 들어갔다”고 말했다.


보급형 A 시리즈의 지원 사격도 한몫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보급형인 A 시리즈를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언팩 행사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을 공개할 때만 글로벌 언팩 행사를 열었지만 이번에는 보급형 A 시리즈에도 힘을 준 것이다. 특히 ‘갤럭시A52’ ‘갤럭시A72’ 등 A 시리즈 스마트폰들에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에만 적용됐던 다양한 고급 기능을 추가해 상품성을 높였다. 강경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올해 적절한 제품 출시 계획으로 빠르게 경쟁사의 성장을 차단하고 기회를 만들고 있다”며 “갤럭시S21의 가격 전략도 시의적절해 S20 시리즈보다 판매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중국 경쟁사들과 모든 가격대에서 충돌하는 A 시리즈를 강화해 시장점유율 수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외에도 스마트폰 대비 마진율이 높은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시리즈’와 원격 교육과 재택근무 수요 증가에 따른 ‘갤럭시탭’의 판매 호조도 깜짝 실적에 힘을 보탰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LG전자(066570)가 모바일 사업에서 철수하며 생긴 공백 메우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앞으로 갤럭시A 시리즈 출시를 본격화하는 등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인한 공백을 채우며 점유율 유지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며 “LG전자 스마트폰은 미국과 남미에서 애플과 삼성에 이어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2분기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와 스마트폰 반도체 공급 부족 등의 영향으로 IM 부문의 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은 지난달 17일 열렸던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매일 아침 부품 공급 문제와 관련해 임직원들이 달려들고 있다”며 “반도체 부족현상을 완벽하게 풀지 못할 수 있어 2분기가 조금 문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노현섭 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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