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한정판 덕후 모여" 백화점도 리셀 뜀박질

MZ세대 열광에 유인 효과 기대
롯데·갤러리아百 등 매장 열어
전세계 시장규모 5.8조로 추정
성장성 높아 투자 가치도 노려

#지난해 12월 문을 연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층에 위치한 스니커즈 리셀 거래소 ‘아웃오브스탁’. 지난 2월 이곳에서 나이키의 ‘에어조던1 OG 시카고 2015’이 정가의 십수 배에 달하는 300만 원에 팔렸다. 이 제품 외에 아웃오브스탁에서는 가수 지드래곤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나이키 에어포스 파라노이즈 OG’가 400만 원에, ‘나이키 에어폼포짓 원 파라노만 레이디 가가 버전’이 2,000만 원 이상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 2월 문을 연 ‘더현대 서울’의 ‘브그즈트랩(BGZT Lab)’에서도 ‘나이키 피존덩크 NYC’은 7,000만 원에, ‘나이키 톰 삭스 마스야드 2.0’은 800만 원에 판매 중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한정판 상품을 값비싼 가격에 되파는 ‘리셀’ 열풍이 거세지자 신상을 주로 판매해오던 백화점들도 잇달아 리셀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부터 해외 유명 스니커즈 리셀 매장까지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업해 MZ 공략에 나선 것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이 전 세계 최초로 프리미엄 리셀링 슈즈 편집샵 ‘스태디움 굿즈’와 해외 파트너 협약을 맺고 압구정 명품관 내에 매장을 열었다고 7일 밝혔다. 스태디움 굿즈는 미국 최대 규모의 리셀링 슈즈 매장 중 하나다. 이곳에서 갤러리아는 리셀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나이키 에어조던 1’의 다양한 시리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레이트풀 데드×나이키 SB 덩크 로우-그린 베어’ 같은 한정판 상품들도 판매한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구하기 힘든 한정판 리셀 스니커즈를 직접 신어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스니커즈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특히 남성 고객뿐 아니라 여성들의 긍정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들도 스니커즈 리셀 시장에 잇달아 진출했다. 국내 백화점 업계 최초로 스니커즈 리셀 매장을 연 곳은 롯데백화점이다. 지난해 12월 리뉴얼 오픈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층에는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소 ‘아웃오브스탁’이 입점했다. 지난 2월 문을 연 현대백화점의 ‘더현대 서울’에도 스니커즈 리셀 매장이 생겼다. 현대백화점은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와 손잡고 지하 2층에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 ‘브그즈트랩(BGZT Lab)’을 오픈했다.


이처럼 신상을 주로 판매해왔던 백화점들이 리셀 시장에 잇달아 진출하는 이유는 주요 소비 계층인 MZ세대들을 백화점으로 유인하기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또 스니커즈 리셀 매장을 방문하기 위해 백화점에 발을 디딘 고객들이 다른 상품까지 구매하게 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겉으로는 리셀 매장에 방문한 고객들이 스니커즈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대부분 ‘헤비쇼퍼’”라며 “기본적으로 소비가 활발해서 백화점 전체 매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셀 시장의 성장성이 큰 것도 백화점이 이 시장에 뛰어드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미 투자은행 코웬앤코에 따르면 오는 2024년 전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는 52억 달러(약 5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소비 트렌드를 선도하는 MZ세대가 이끌고 있는 만큼 무한한 성장 잠재력 갖췄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스니커즈 리셀 매장을 찾는 고객의 90% 이상이 20~30대”라며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상품에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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