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의 2020년’을 지나 2021년을 맞이한지 벌써 3개월이 흘렀다. 끝 모르고 치솟던 서울 집값이 점점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와중에도 여전히 내 집 마련을 소원하는 무주택자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큰 자본이 들어가는 부동산 구매의 타이밍을 쉽게 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무주택자들의 고민에 대해 부동산 시장 분석 전문가인 ‘빠숑’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내 집 마련을 위해서라면 바로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이 이런 의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경제신문 부동산 매체 ‘부랜드’는 지난 1일 서울 중학동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김 소장을 만나 현재 시장의 상황과 전망 등 다양한 부동산 관련 조언을 들었다.
다음은 부랜드와 김 소장이 나눈 일문일답이다.
▲2021년 1분기가 지났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 좀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 정부에서 바라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이라든지 거주 안정성을 조금 취하는 쪽이었다. 그래서 그런 쪽으로 계속 정책들이 나왔다. 그 일환으로 다주택자들이 집을 많이 팔아야지 시장이 안정될 거라고 본 것 같다. 하지만 다주택자들을 2017년도부터는 이미 영향력이 없었다. 타깃을 잘못 설정한 것이다.
이런 정책이 우선되다보니 정권 초기 3년 동안 공급이 거의 없었다. 최근 들어서야 공급 대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를 통해 1~2년 안에 입주할 수 있는 물량들은 없다. 결국은 시장의 수요들은 많고 해소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을 언제까지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 확실한 사인을 줄 수 없다 보니까 굉장히 불안해 하면서 현재 시장을 보고 있다.
시장의 안정성 측면에서 보면 공급이 많을 때 시세가 안정되거나 시장이 안정화됐고 공급이 부족할 때 가격이 올랐다. 지금은 공급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지 간에 하나만 딱 잘못 건드리면 시장가가 쭉 올라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서울 같은 경우는 작년에 5만 세대였는데 올해는 3만 세대가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2022년 내년 같은 경우는 2만 세대밖에 안 된다. 구체적인 입주 물량은 적은 상태이기 때문에 불을 지피게 되면 또 바로 타오를 가능성이 높다.
▲2019년과 2020년 부동산 가격 폭등 때와 같은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말인가?
□ 그렇다. 예전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만약 2017년에 8.2 대책과 같은 시장에 매물을 없애는 정책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2019년과 2020년은 굉장히 정부 입장에서 좋은 시장이었다. 사상 최대 입주 물량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갑자기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고 임대차 2법을 시행시켜 시장에 나와야 할 매물들이 정지가 됐다. 거래가 되지 않다보니 현재 경기도와 인천의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다. 인천의 경우 지난 2008년부터 KB국민은행에서 부동산 통계 자료를 일반인들한테 공개하고 있는데 최근 사상 최대 상승을 보이고 있다. 인천까지 갔다는 얘기는 서울의 수급 문제가 해결이 안 됐다는 것과 같기 때문에 2019년과 2020년의 상승폭을 다시금 보일 수도 있다.
▲수요자들이 고민하는 것은 집을 사야하는 적절한 타이밍이다. 현재는 사야하는 시기라고 보는가?
□ 만약에 투자 목적 같은 경우는 그런 타이밍을 잡는 게 맞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의 경우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지금이 사상 최고가라고 하더라도 집을 사야한다. 이 의견은 본인이 연구원으로 활동한 20년 동안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다. 한국갤럽에서 17년 동안 연구원 활동을 하면서 한 6년 정도 국토교통부와 ‘주거 실태조사’를 했다. 조사를 보면 자가로 거주한 사람들은 한 집에서 통상적으로 한 10.7년 정도 거주한다. 임차 같은 경우는 평균 3년이었다. 조사대로라면 지금 집을 사게 되면 최소 10년 후에 이사를 하게 된다.
그러면 당장 집값이 빠지는 것들을 고민하지 말고 10년 후에 이 집값이 빠질 건가 안 빠질 건가만 고민하면 명쾌하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들 중 10년 후에 집값이 빠질 지역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지역들은 지금도 관심이 없을 테니까. 그러면 고민할 필요가 하나도 없다.
일단 한 번 집을 사본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큰 의식의 격차가 존재한다. 일단 집을 사면 가격의 변동에 둔감하다. 그 이유는 거주하는 동안 집값 자체가 사이버 머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부동산 전문라로서 많은 지역들을 보는데 어떤 기준을 가지고 지역의 유망성을 평가하는가?
□ 호재를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하는데 일단 제일 중요한 호재는 일자리다. 서울, 특히 강남구가 제일 비싼 이유도 일자리가 제일 많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많은 지역들은 앞으로도 수요가 끊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일자리가 많은 지역들은 비싸다. 그래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될 곳은 지금 일자리보다 미래 일자리가 많아질 지역 보면 될 것 같다.
그런 일자리 지역과 연결이 되는 광역교통망이 있는 지역들이 2차 호재지가 될 것 같다. 그래서 지금 광역교통망도 굉장히 중요한 이슈라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굉장히 많이 높아졌다. 약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조건 입지였다. 새 아파트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도 이후부터 상품에 대한 트렌드가 바뀌었다. 2015년도 이후부터는 새 아파트 프리미엄이 입지 프리미엄보다 더 높다.
결국 일자리, 교통망, 새 아파트들이 많아지는 지역 등의 요소가 겹치면 정말 좋은 곳들이다.
▲2023년 혹은 2024년 조정장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에 대한 의견은?
그럴 듯하고 맞기도 하는데 저는 그런 식의 예측은 하지 않는다. 다만 그런 논리들을 모아보면 그쯤이면 3기 신도시가 사전 청약을 끝냈을 것이고 입주 물량들이 좀 있으니 그것 때문에 조금 완화가 될 거라고 말을 한다. 이 모든 것은 정상적인 시장일 때 가능한 논리다. 하지만 지금은 상당히 변칙적인 시장이다.
대표적인 게 2020년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때는 정말 특이한 시장이었다. 가만히 뒀으면 부동산 시장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불안하니까 그렇게 하지를 못했고 결국 시장은 폭발했다.
지난해 김포의 사례도 참고할 수 있다. 김포에 1만 7,000세대가 입주를 했다. 김포시 아파트 역사상 최대로 엄청나게 많은 입주 물량이었는데 그 상태가 그대로 유지됐으면 전세든 매매가든 다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고 서울서 수요가 밀려오다 보니까 그 1만 7,000세대가 그냥 품절이 돼버렸다. 김포 고촌에 있는 한 아파트 같은 경우 실입주가 97.3%에 달했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 50% 이상 나와야 되는 정상인데 전세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까 전세가랑 분양가랑 똑같아 졌다. 전세가가 올라가니까 매매가가 올라가 버렸다.
그러니까 지금 2023년이나 2024년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2023년이나 2024년에 조정이 올 것이라고 얘기하면 안 된다. 내 집 마련을 해야할 사람들이 또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도 또 올라가면 어떡할 것이냐. 지금 4년 동안 속았는데.
▲현재의 집값을 ‘거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보고 있나?
□ 비싸다. 나 같은 사람이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하면 진짜 비싼 것이다.
하지만 비싼 것이라고 해서 그것들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비싼 것을 알면서 구매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2016년에 서울 강남구 개포동을 처음 분양할 때였다. 개포주공 2단지가 지금 래미안 블레스티지이고 개포주공 3단지가 뒤에 있는 디에이치 아너힐즈인데 평당 4,000만원에 분양을 했다. 그때 삼성물산 의뢰를 받아서 설문조사할 때였는데 한 할머니가 오셔서 불만을 토로했다. “총각,여기 너무 비싸지 않아?”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두 채 계약을 그 자리에서 맺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거품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무슨 의미가 있나. 그 물건들을 2016년도에 평당 4,000만원을 주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그거 비싼지 모르고 샀을까? 투자 목적으로 샀을까? 그것은 아니다.
/이종호 기자 phill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