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가 사범대 산하 독일어·프랑스어·중국어교육과를 하나로 묶는 학부제를 추진하면서 내홍을 겪고 있다. 한국외대 사범대는 올 2월 교육부의 교원양성기관 평가에서 C등급을 맞아 정원의 30%를 감축해야 한다. 학교 측이 제2외국어 교육과를 통합해 정원 감축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자 해당 학과 학생·동문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대학 구조 조정과 정원 감축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소수 학과인 독일어·프랑스어 등 제2외국어 학과가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외대는 9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사범대 정원 30% 감축과 제2외국어 교육과를 학부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한국외대 사범대는 지난 2월 교육부가 발표한 ‘교원양성기관 역량 진단’에서 전국 45개 사범대 중 유일하게 C등급을 받았다. 이 때문에 한국외대는 정원 30% 감축 계획을 이달 9일까지 교육부에 보고해야 한다. 한국외대는 이 과정에서 영어교육과나 한국어교육과 대비 정원이 적은 독일어·프랑스어·중국어교육과를 통합해 외국어교육학부로 운영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독일어·프랑스어교육과 학생들과 총동문회는 학부제로 갈 경우 장기적으로 과가 폐지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김석준 한국외대 독일어교육과 총동문회 수석 부회장은 “30% 정원 감축은 상관없지만 교육부에 추가 구조 조정 실적을 보여주기 위해 학부제까지 밀어붙이며 소수 교과인 제2외국어 교육학과를 희생시키고 있다”며 “교육부 측은 인원 감축만 지시했다고 하는데 학교가 왜 학부제까지 추진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부제로 가면 장기적으로 수요가 적은 독일어·프랑스어교육과는 없어질 것”이라며 “외국어대라는 상징성이 있는데 프랑스어·독일어 교육학과가 없어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학교는 정원을 줄이는 과정에서 학부제로의 이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독일어·프랑스어·중국어교육과 정원이 현재 각각 18명인데 30%를 감원하면 각 학과 정원이 14명으로 줄어 과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최근 10년간 교원 임용 수요를 감안해 3개 제2외국어 교육학과는 통합 운영하는 방향으로 학칙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교육계는 한국외대처럼 프랑스어·독일어 등 제2외국어 교육학과가 대학 구조 조정 과정에서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국공립 고등학교에서 최근 10여 년간 독일어·프랑스어 신규 교사 임용이 중단된 데다 신입생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어교육과가 설치된 대학은 서울대·한국외대를 포함해 전국 6곳, 프랑스어교육학과는 5곳에 불과하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교수는 “시장 논리를 생각하면 구조 조정이 필요하지만 제2외국어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학과를 유지해 잘 운영하는 방안도 대학과 교육 당국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