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빠진 'K반도체 벨트 전략'…부처 협업만으로 내실 갖출까

성윤모 장관-반도체協 간담회
업계,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 요구
"美·中 맞서 국가적 대응을" 지적

성윤모(오른쪽 세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반도체산업협회 회장단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글로벌 반도체공급망(SCM) 재편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 또한 자체 전략 수립을 통한 대응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투자 지원 세액공제 확대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반도체가 한국 수출의 19.3%(2020년 기준)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인 데다 각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만큼 청와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반도체협회 회장단 간담회’에서 “우리 반도체 산업 생태계 강화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K반도체 벨트 전략’을 수립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성 장관은 “최근 반도체 산업은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간 경쟁에 직면한 만큼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며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생산능력 확충 등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민간의 적극적 투자 확대가 필요하며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연대와 협력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사장인 이정배 반도체협회장을 비롯해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 등이 참석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책을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연구개발(R&D) 및 제조 시설 투자 비용 세액공제율 50%로 확대 △반도체 제조 시설 설립 시 인허가, 전력 및 용수 공급, 폐수처리 시설 등 인프라 지원 △원천 기술 개발형 인력 양성 사업 추진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신설 및 정원 확대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다만 이 같은 업계 요구가 실현되려면 기획재정부(세액공제 확대), 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인력 양성), 국토교통부·환경부(인프라 지원) 등 각 부처의 협조가 필수다. K반도체 벨트 전략이 내실 있게 마련되려면 청와대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미국의 경우 백악관이 직접나서 오는 12일(현지 시간) 삼성전자·인텔 등이 참여하는 회의를 주재한다. 미국 측은 해당 회의에서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 등도 이야기될 수 있다. 미국은 파운드리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대만과 한국 등의 점유율이 너무 높다는 판단하에 자국 중심의 SCM 재편을 꾀하고 있다.


각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중국은 반도체 사업 경력 15년 이상 기업 중 28나노 이하의 반도체 공정을 도입한 기업에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지난해 공식화한 바 있다. 미국은 오는 2024년까지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투자비의 40%가량을 세액공제하고 반도체 인프라 부문 확대를 위해 500억 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다. 반면 한국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파운드리 2위라는 점유율에 취한 탓인지 여타 국가 대비 눈에 띄는 지원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정배 협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적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국내 반도체 제조 시설 확대에 대한 세액공제 등 정부의 정책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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