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바보로 보는 것”…與 중진들의 ‘친문’ 질타

노웅래·조응천·유인태·김해영, 당에 쓴소리
‘친문 지도부’ 되면 쇄신 요원하다는 메시지

노웅래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연합뉴스

4·7 재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새 지도부 구성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중진들 사이에서 친문(親文) 세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재보선 뒤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친문 핵심 인사인 도종환 의원이 선임된 데 대해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노웅래 전 최고위원은 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도 의원의 비대위원장 선임과 관련, “'당내 특정 세력’의 눈높이에서 이뤄진 인선”이라고 비판했다. 도 의원은 친문 의원들의 모임인 ‘민주주의 4.0’의 대표로, 친문 실세로 꼽힌다. 노 전 최고위원은 “쇄신의 진정성이 있나. 국민을 바보로 보는 것”이라며 “비대위원장을 뽑는데 국민의 눈높이가 아닌 당내 특정 세력의 눈높이로 뽑는다면 진정성이 생길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오는 16일 원내대표 및 내달 2일 당 대표 경선에 대해서도 “같은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친문 의원들에게 사실상 불출마 압박을 넣은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현재 당 대표 주자 중에는 홍영표 의원이, 원내대표 주자 중에는 윤호중·김경협 의원이 친문으로 분류된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도 강성 지지층에 휘둘린 것이 이번 재보선의 패착이라면서 이른바 ‘문빠’를 지목했다. 그는 이날 또 다른 방송에서 “그동안 민주당이 해온 모습은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받아준 것”이라며 “이는 중도가 밥맛 떨어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여당이 선거에서 참패한 것과 관련, “민주당이 그동안 너무 독주한 데 대한 죗값”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조응천 의원도 전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우리 당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가급적 이번 당내 선거에 나서지 않으시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을 계기로 민심이 등을 돌린 결과에 대해 당내 주류인 친문의 책임이 크다는 판단에서 나온 지적으로 분석된다.


‘소신파’로 분류되는 김해영 전 최고위원도 전날 SNS에서 과거 친문 세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엄호한 것을 두고 “왜 그렇게 지키려 했는지 알 수 없다”며 “당이 큰 실책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 안착을 위한 과제물이 산적해 있는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무슨 이유로 주장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