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신까지 ‘내로남불’…여전히 ‘오기의 정치’ 할 건가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4·7 재보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원인으로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Naeronambul)’을 꼽았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풀이까지 더했다. 나라 밖에서까지 현 정권의 위선이 조롱 받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외신들은 ‘Cho Kuk(조국 전 법무부 장관)’ ‘gold-spoon(금수저)’까지 거론하며 문재인 대통령 측근들의 이중적 행태가 대중의 분노를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내로남불이 현 정권을 뜻하는 대명사로 굳어진 셈이다.


선거 패배 다음 날 문 대통령은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는 세 문장의 입장문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발표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했을 때 500자가 넘는 입장을 발표했는데 이번에는 100자에 그쳤다. 게다가 정책 기조 전환이나 인적 쇄신 등에 대한 의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말로만 사과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인사들도 계속 남 탓을 하고 있다. 김종민 의원은 “재보선에서 언론의 편파성이 더 심했다고 느낀다”며 언론을 탓했다. 김용민 의원은 “검찰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불공정한 기관”이라며 검찰을 겨냥했다. 선거 참패 이후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는 친문 세력 일색이고 차기 당 대표와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도 대체로 친문 그룹이다. 다만 민주당 2030세대 의원 5명은 9일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장관이 검찰 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런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하는데 친문 네티즌들은 외려 반성하는 의원들을 겨냥해 “다음 총선 때 보지 말자”고 비난 공세를 폈다.


여당은 강성 친문 세력과 극성 지지층의 입김에서 벗어나 상식의 정치를 복원하고 폭주·분열의 정치를 멈춰야 한다. 이와 함께 시장 원리에 입각한 정책으로 전환해 경제 살리기에 힘써야 활로를 찾을 수 있다. 절대다수의 유권자들은 집값 폭등과 일자리 쇼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기업을 옥죄는 과도한 규제의 족쇄를 풀어야 한다. 또 그동안 여야 후보들이 주장했던 ‘1가구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완화’ ‘1주택자 재산세 경감’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민심의 심판을 받고도 오기의 정치를 계속한다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 것이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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