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도 일명 ‘국평(국민평수)'으로 불리는 전용 84㎡ 아파트 분양가격이 9억 원을 넘긴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대구에서 전용 84㎡ 분양가가 9억 원대에 책정된 데 이어 비규제지역인 제주에서도 9억 원을 훌쩍 넘긴 가격에 분양되는 아파트 단지가 나왔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으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지방 아파트 시장도 ‘현금 부자’들의 전유물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11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입주자 모집승인을 받은 제주의 ‘e편한세상 연동 센트럴파크 1·2단지' 전용 84㎡(30평형대) 최고 분양가가 9억 4,830만 원으로 결정됐다. 제주의 30평형대 아파트 분양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불가 기준인 9억 원을 넘긴 것이다.
전용 84㎡는 해당 단지에서 가장 작은 평형이다. 이보다 큰 평형인 전용 145㎡의 분양가는 14억 3,410만 원, 가장 큰 평형인 전용 154㎡의 경우 분양가가 15억 6,410만 원에 달한다. 높은 분양가로 HUG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는 대신 시행사는 시행사 보증으로 중도금(50%)을 무이자로 대출해주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비규제지역은 중도금 대출이 가구당 2건으로 제한돼 일부 가구의 경우 대출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e편한세상 연동 센트럴파크의 분양가는 지역 내 신축 단지보다 2~3억 원 높다. 지난 2019년 입주를 시작한 도남동 ‘해모로리치힐’ 전용 84㎡의 실거래가는 7억원이다. 인근 지역에서 최근 분양한 단지들의 전용 84㎡ 분양가도 6~7억원대에 형성됐다,
분양가가역대 최고 수준으로 책정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제주에 들어서는 몇 안되는 브랜드 아파트 단지일 뿐 아니라 시내 중심에 위치했다. 이 단지는 제주도청 바로 건너편의 옛 대한항공 사원주택 부지에 지어졌다. 아울러 제주가 분양가 규제를 적용 받지 않는 것도 한 몫을 했다.
지방에서 전용 84㎡ 분양가가 9억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아파트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90%까지 책정할 수 있게 되면서 분양가가 중도금 대출 제한선인 9억원에 육박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힐스테이트 만촌역’ 전용 84㎡의 최고 분양가가 8억 9,926만원에 책정됐다. 확장비 3,000만원을 더하면 9억 원을 훌쩍 넘는다. 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에서까지 ‘고분양가’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시장에서는 ‘지방도 사실상 현금 부자만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