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수급 대란으로 국내외 완성차 공장이 휴업하는 등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충남도가 차량용 반도체산업 육성에 나선다.
도내에 국내 최초 차량용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핵심 기술 개발을 추진, 미래 자동차산업의 중심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12일 도청 중회의실에서 개최한 실국원장회의를 통해 “한국자동차연구원 차량용 반도체 및 자율주행차 R&D 캠퍼스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차량용 반도체는 엔진이나 변속기, 계기판 등을 제어하는 자동차 전자장치에 탑재되는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로, 미래 모빌리티 핵심 분야로 꼽힌다.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200개에 불과하지만, 전기차는 400∼500개, 자율주행차는 1,000∼2,000개 가량 필요하다.
자동차 패러다임이 친환경·자율주행으로 급격히 이동하며 차량용 반도체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 450억달러에서 2040년 1,750억 달러로 급성장 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는 현재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절대 강자’가 존재하지 않는 초기 단계로 전략적 대응 여부에 따라 글로벌 패권이 좌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국내 차량용 반도체의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점을 감안, 팹리스 육성을 위한 ‘시스템 반도체 기술 혁신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2,400억원 규모의 R&D를 지원중이다.
이번 자동차 R&D 캠퍼스 유치는 지난해 10월 강소연구개발특구 비전 선포때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대한 사업 지원을 제안하고 수차례 협의 등을 통해 결실을 맺었다.
자동차 R&D 캠퍼스는 아산시 배방읍 장재리 5,696㎡의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7층, 연면적 1만4,616㎡ 규모로 들어선다.
아산시가 100억원 이상의 토지를 제공하고 도비 155억원, 아산시비 155억원, 한국자동차연구원 90억원 등 총 500억원을 투입한다.
이 곳에는 한국자동차연구원 AI모빌리티·스마트카 등 6개 본부, 시험인증지원·산업기술보안 등 2개 단, AI 빅데이터·AI 컴퓨팅 SW 교육센터 등 2개 센터가 입주하게 된다.
상주 연구 인력은 내년 말 219명, 2023년 254명, 2025년 307명, 2027년 370명 등이다.
자동차 R&D 캠퍼스는 특히 차량용 반도체 기능안전·신뢰성 산업 혁신 기반 구축, 한국형 오픈코어 기반 AI 반도체 IP 개발, 자율주행 지역 통합제어용 AI 반도체 기술 개발 등을 연계 사업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또한 자율 셔틀 인포테인먼트 기술 개발 및 서비스 실증, AI-데이터 센터, AI 컴퓨팅 플랫폼 SW 교육센터, 자율주행 기술 개발 혁신 사업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충남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배터리 등 연관 기업이 다수 입지해 있고, 수도권과 인접해 우수 인력 확보가 용이하다. 자동차 부품업체의 경우, 2019년 기준 591개, 종사자 수 4만1,000명, 생산액 22조원으로 각각 전국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의장·전장 부품 기업은 195개로 32%를 차지,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는 자동차 R&D 캠퍼스가 정상 가동하면 충남은 전국 첫 차량용 팹리스 기반 구축을 통해 미래 자동차산업의 허브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미래 기술 경쟁력 확보 및 해외 진출 가속화, 전문인력 유치, AI 반도체 분야 선점 등의 효과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승조 지사는 “자동차 R&D 캠퍼스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를 당장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도내 자동차 부품산업 생태계 변화를 이끌고 미래 핵심 기술 확보 기반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차량용 팹리스 생태계를 계획대로 구축, 충남이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허브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성=박희윤 기자 h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