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1주택자가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실수요자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어도 공시가격 상승과 세율 인상 여파로 ‘똘똘한 한 채’를 갖고 있는 1가구 1주택자도 세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12일 국세청이 김상훈 국민의 힘 의원에게 제출한 ‘2016~2020년간 주택분 종부세 결정 및 고지현황’에 따르면 1주택 종부세 납부자는 2016년 6만9,000명에서 2020년 29만1,000명으로 4.2배 증가했다. 특히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지난해 한해에만 무려 10만명이 늘었다.
주택분 종부세를 내는 사람 중 1주택자의 비율 또한 급증했다. 1주택자 비율은 2016년 25.1%, 2017년 26.3%에서 2018년 32.4%, 2019년 37.2%로 증가했고 2020년에는 43.6%까지 올라섰다. 이런 추세라면 종부세 납입자 중 다주택자보다 1주택자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1주택자의 종부세액 또한 크게 증가했다. 2016년 339억원에서 2018년 718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고, 2019년에는 1,460억원으로 한해만에 2배 가량 불었다. 2020년의 경우 세액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1주택자 고지액만도 3,188억원에 달했다. 2016년 대비 9.4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기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물밑 재검토 작업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선거 바로 다음날인 8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기존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을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그간 제기된 다양한 의견의 취지를 짚어보겠다”고 밝혔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카드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다. 이미 서울 주택 6채 중 1채가 종부세 대상이 된 만큼 공시가 9억원인 종부세 부과 기준을 12억~13억원으로 올리거나 1주택자 종부세 세율을(0.6~3.0%)을 탄력적으로 인하하는 등의 방식이 거론된다. 아울러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년 공시가를 동결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고, 민주당 역시 인상률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적이 있어 공시가 인상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높다. 공시가는 재산세와 종부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까지 영향을 미친다.
김상훈 의원은“다주택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종부세가 문 정부의 부동산 실정으로 1주택 실소유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으로 왜곡됐다”며 “정책 실패를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하지 않도록 하루빨리 실수요자를 가려내어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