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겨냥한 安…“野, 대통합 나서야…교만 빠져선 안 돼”

金 “국민의힘의 승리”에 安 “야권의 승리”
여당 향해 “‘내로남불’ 주역 걷어내야”
합당 협상 본격화 서로 “내부정리하라”
김종인 ‘상왕 정치’ 두고도 설왕설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권욱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2일 국민의힘을 향해 “교만에 빠지면 대선에서 패배한다”며 야권 대통합을 강조했다. 안 대표가 4·7재보궐선거를 두고 “야권의 승리가 아닌 국민의힘의 승리”라며 합당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에둘러 비판하면서 양당의 합당 협상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권의 승리는 야권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여당의 실정과 LH 사태에 따른 반사이익에 힘입은 바가 컸다”며 “우리가 잘해서 이겼다는 교만에 빠지는 순간, 야권의 혁신 동력은 약해지고 정권교체에 대한 절박함도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김 전 위원장은 이번 재보궐선거를 두고 ‘야권의 승리’라고 말한 안 대표에 대해 “어떻게 건방지게 그런 소리를 하느냐. 국민의힘이 승리한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날 안 대표의 발언은 김 전 위원장을 향해 다시 “야권의 승리”라고 강조하며 “교만에 빠지지 말라”고 반박한 셈이다.


안 대표는 “국민들께서 야권에 힘을 모아주셨지만, 심판의 열기가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그 기대, 그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가 정권교체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야권은 대통합과 정권교체의 기조에 맞는 비전과 내용을 채워야 한다”고 통합을 강조했다.


안 대표는 선거 패배 후 쇄신에 돌입한 여당을 향해서도 “대통령의 청와대 쇄신과 내각 개편을 요구한 것과 마찬가지로, 여당도 이 수준에 걸맞은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며 “성추행 시장 때문에 생긴 보궐선거에서 2차 가해를 일삼은 자들, 온갖 가식과 위선을 떨던 부동산 내로남불의 주역들부터 확실히 걷어내고 국민에게 용서를 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안 대표가 ‘야권 대통합’을 재차 강조하면서 양당의 합당 협상은 본격적인 밀고 당기기도 시작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가급적 빨리 (합당에 대한) 의견을 정리되는 대로 달라고 했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공식적인 입장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안 대표가 국민의힘 당 대표에 도전할 것을 우려하며 합당을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이후로 미루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안 대표가 “내부 정리부터 하고 오라”고 지적한 것이다.


한편 이날 야권에서는 퇴임한 김 위원장이 ‘상왕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민의힘 중진 장제원 의원은 “뜬금없이 안 대표를 향해 토사구팽식 막말로 야권통합에 침까지 뱉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구혁모 최고위원은 김 전 위원장의 뇌물수수 전력을 거론하며 안철수, 오세훈 두 후보가 보여준 화합의 정치에 흙탕물만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하기도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욱기자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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