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에서 변론이 종결됐어도 미처 다루지 못한 주장이 있다면 재판부가 변론 재개 신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추가적인 주장이 나왔으나 심리를 하지 않은 판결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역주택조합원 A 씨가 조합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A 씨는 2015년 5월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해 행정용역비 1,100만 원과 조합원 분담금 2,000만 원을 납부했다. 하지만 그는 조합으로부터 ‘85㎡가 넘는 규모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 조합원 자격이 없다’는 통보를 뒤늦게 받았다. 이후 A 씨는 ‘주택을 매도한 뒤 재계약하면 문제가 없다’는 조합 설명에 따라 이행했다. 그러나 조합은 주택조합 설립인가 신청일 당시 무주택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2017년 2월 A 씨를 제외한 채 지역주택조합 변경 인가를 받았다. 이에 A 씨는 행정용역비와 조합원 분담금을 되돌려 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계약이 무효라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계약 해지에 따른 조합원 분담금 반환은 조합원 총회 의결 사항”이라며 “절차 없이 조합이 분담금을 반환할 의무는 없다”고 판결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은 예비적 주장으로 ‘A 씨에게 돈을 돌려주더라도 위약금은 제외해야 한다’고 해왔다. A 씨는 변론 종결 이후 “조합이 주장하는 위약금이 과도하다”는 취지의 서면을 제출했지만 심리되지 않았다. 예비적 주장은 재판에서 주위적 주장(변론에서 주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 내놓는 2차적 주장을 뜻한다.
대법원은 예비적 주장에 대한 충분한 심리 없이 판결한 것은 잘못됐다고 판단한다. 재판부는 “변론 재개 없이 패소로 판결하는 것이 민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절차적 정의에 반하는 경우 법원은 변론을 재개하고 심리를 속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