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접종 동의율 떨어지자 다급한 정부 "백신 맞으면 5인모임 허용 검토"

접종 증명서 10명 가지고 있으면
14명 모여도 '4명 모임'으로 인정
"대유행 우려되는데 성급" 비판도

75세 이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1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염주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지역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이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한해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혈전증 부작용 문제로 접종 동의율이 떨어지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다소 성급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1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향후 보급될 접종 인증 애플리케이션(앱)인 ‘백신접종전자증명서’를 소지할 경우 5인 제한과 관계없이 사적 모임에 참석하도록 허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백신 접종 유인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피해를 입는 소상공인도 살릴 수 있어 경제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부서 팀원 14명 중 10명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쳐 증명서를 발급받았을 경우 10명은 인원 제한에서 제외해 4명만 모인 것으로 간주해 전체 모임이 허용되는 방식이다.






정부가 이 같은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지는 백신 접종 동의율 때문이다. 지난 8일부터 시작한 전국 특수학교 종사자와 유치원 및 초중고교 보건교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동의율은 68.9%에 그쳤다. 2월 26일 국내 첫 접종 당시 93.7%보다 크게 낮다.


5인 제한이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에서 적용되는 ‘10명 이상 집합 금지’보다 더 강력했던 임시 조치였던 점도 반영됐다. 지난해 말 코로나19 3차 대유행 당시 수도권 내 중환자용 병상이 다섯 개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꺼내든 ‘최후의 조치’였던 만큼 기획재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문화체육관광부 등은 병상이 여유 있는 상황 속 5인 제한의 해제를 주장해왔지만 방역 당국의 반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정부는 여기에 예방접종 완료자가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될 경우 14일 자가격리 대신 ‘음성 확인 후 능동 감시’로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매일 500~600명씩 확진자가 나오고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2%를 겨우 넘기는 가운데 지나치게 이른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의 1차 접종을 마친 사람은 115만 7,255명으로 국내 인구 대비 접종률은2.23%에 불과했다. 국제 백신 접종 통계 사이트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9일(현지 시간) 기준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사람 비율은 이스라엘 61.33%, 영국 47.15%, 미국 34.22% 였다.


한편 정은경 질병청장은 이날 “30세 미만에 접종이 보류된 AZ 백신 64만 명분을 60~64세에 사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AZ 백신을 65~74세에 접종하고 있는데 이를 60세 이상 연령층으로 더 확대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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