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오프라인 기반의 생활반경이 좁아지면서 동네 중심의 커뮤니티 플랫폼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인근에 사는 이웃끼리 중고 거래를 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일명 ‘하이퍼로컬(hyperlocal, 지역 밀착)’ 시대가 열린 것이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시작해 지역 생활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진화한 ‘당근마켓’을 선두로 국내 대표 포털 플랫폼인 네이버까지 지역 커뮤니티 강화에 나서면서 업계의 경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당근마켓은 지난달 기준 주간 활성 이용자 수(WAU) 1,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12일 밝혔다. 누적 가입자 수는 지난달 2,000만 명,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500만 명을 기록했다. 당근마켓에서 한 번 이상 중고 물품을 판매한 이용자 수도 1,000만 명에 달했다. 국민 5명 중 1명이 당근마켓으로 자원 재사용에 동참한 셈이다.
특히 이용자의 93.3%는 구매자인 동시에 판매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개인 간 거래만 허용하고 전문 판매업자는 활동할 수 없게 했기 때문에 진짜 이웃들의 양방향 소통을 기반으로 모든 이용자가 판매자이자 구매자인 진정한 개인 간 중고거래(C2C) 서비스 및 지역 생활 커뮤니티가 됐다”고 전했다.
당근마켓 측은 이 같은 성공 비결에 대해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의 생활 반경이 좁아진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장거리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동네 주민들끼리 중고 거래를 하거나 지역 소식을 주고받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커뮤니티를 형성해 급한 상황에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함께 봉사활동을 할 인원을 모집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당근마켓의 MAU는 지난해 3월 660만 명에서 지난달 1,500만 명으로 1년 만에 약 2.3배 증가했다. 이밖에 전화번호 기반의 손쉬운 가입으로 고령자나 디지털 약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춘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당근마켓은 지난달 소상공인이 지역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비즈프로필’을 새롭게 선보이는 등 지역과 골목 상권을 연계하는 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구인·구직, 부동산 등 각종 지역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당근마켓의 성장세에 네이버가 ‘이웃 톡’을 내세우며 바짝 뒤를 쫓고 있다. 이웃 톡 은 ‘네이버 카페’에서 지역 주민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쓰고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다. 나만 알고 있는 동네 맛집, 칭찬하고 싶은 이웃 등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관심 지역의 소식을 모아 보여주는 ‘이웃 서비스’를 선보였다.
네이버는 진입 장벽이 낮다는 측면에서 당근마켓의 가장 큰 경쟁자로 꼽힌다. 국내 대표 포털로서 이미 수천만 명의 잠재적 이용자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누적 가입자 수 2,300만 명에 이르는 네이버카페 가입자들이 그동안 축적한 사용자 창작 콘텐츠(UGC)도 풍부하다.
아울러 네이버는 지역 상권 연계에도 강점이 있다. 동네 전통 시장에서 파는 신선 식재료나 반찬, 먹거리 등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2시간 이내에 배달해주는 ‘동네 시장 장보기’가 대표적이다. 네이버 따르면 ‘동네시장 장보기’에 입점한 시장 수는 지난해 7월 말 28곳, 11월 말 66곳에서 지난달 96곳으로 크게 늘고 있다.
해외에서도 동네 정보를 활용한 하이퍼로컬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8년 시작해 미국, 영국 등 11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넥스트도어’가 있다. 26만8,000여 개에 달하는 커뮤니티가 있으며, 중고거래 서비스, 지역 업체 정보 제공 등을 지원한다.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