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당의 전면적인 쇄신론을 꺼내든 후 참여 인원 감소와 방향성 상실 등으로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초선 의원들이 당 쇄신의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이들이 12일 개최된 간담회에서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2차 간담회를 열고 후속 조처를 논의했지만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앞서 초선 의원들은 지난 9일 당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한편 청와대 인사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뚜렷한 대안 제시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10명 내외로 초선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할 당 대표 후보들에게 당 쇄신과 관련한 의견을 전달하자는 수준의 의견을 교환하는 데 그쳤다. 간담회에 참여한 한 수도권 의원은 “당의 쇄신을 위해 정책별로 대안을 제시하는 등의 의견이 주로 논의되는 수준이었다”면서 “첫날 간담회 때와 달리 조금은 격해진 분위기가 진정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처럼 초선 모임에 급격하게 힘이 빠진 데 대해 강성 친문 지지층의 강한 항의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 등 2030세대 의원들이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조국 사태’를 거론한 뒤 ‘초선 5적’이라는 비판을 받자 초선 전체가 위축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문자·전화 폭탄 세례를 당하고 있는 장철민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조국 사태를 청년 박탈감으로 대신 설명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문제점을 검찰 개혁과 연계하지 않고 개인 차원의 입시 문제로 바꾼 셈이다.
다만 이날 초선 의원 모임에서는 강성 친문 세력을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오늘 간담회에서 문자 폭탄 등을 경험한 이른바 ‘초선 5적’에게 힘을 내라는 의미에서 박수로 격려했다”면서 “일부 의원은 강성 친문 지지자가 태극기부대와 동일한 만큼 이들에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쇄신론의 후퇴는 이날 열린 재선 의원 간담회에서도 감지됐다. 재선 의원 30여 명이 별도로 가진 간담회에서 쇄신과 관련해 ‘갑론을박’이 이어졌지만 신중론에 무게가 실렸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2030 의원들의 발언에 충정과 의지를 평가했다”면서도 “말은 할 수 있지만 어떻게 수렴할지 당 전체를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다만 ‘실패를 인정하는 과감한 정책 기조의 전환을 불사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아 향후 행보에 여지를 남겼다. 다만 조응천 의원은 혁신을 강조했다.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난 조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지금 그 나물에 그 밥으로 가면 그냥 앉아서 죽는다. 혁신이 있어야 된다”면서 “원내대표 (후보들이) 나왔는데 국민들이 보기에 함량 미달”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