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60% 사이버 위험 노출… 온라인 윤리 교육 강화해야"

박유현 DQ연구소 대표
디지털 지수 의미하는 'DQ'
OECD·레고·틱톡 등서 채택
내년엔 100여개국서 서비스
정부도 정규 과정에 포함해야

박유현 DQ연구소 대표

“전 세계 어린이 10명 중 6명이 n번방과 같은 사이버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온라인 윤리 교육이 절실합니다.”


미국과 싱가포르에 본부를 두고 세계 최초로 ‘디지털 역량·안전·윤리 표준’을 세운 박유현(45·사진) DQ연구소 대표가 최근 방한 길에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악화한 디지털 격차나 사이버 위험 증가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는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바이오통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보스턴컨설팅 서울·도쿄·샌프란시스코 지사에서 컨설턴트와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총장실에서 대학 혁신을 추진했으며 지난 2015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 선정된 뒤 2017년 DQ연구소를 창업했다.





DQ는 지능지수(IQ)·감성지수(EQ)에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꼭 필요한 ‘디지털지수’를 뜻한다. DQ연구소는 어린이온라인안전지수(COSI)를 처음으로 만들고 사이버 불링(괴롭힘), 음란물, 게임·소셜미디어 중독, 가짜 정보 노출, 개인 정보 침해 등으로부터 어린이와 청소년 보호 활동을 펴왔다. WEF 등 100개 이상의 글로벌 단체들과 지난해 초까지 3년간 30개국의 8~12세 어린이 14만 5,426명을 대상으로 COSI를 조사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이 조사에서 세계 어린이의 약 60%가 다양한 사이버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사이버 위험이 훨씬 급증했다”며 “현재 80개국 10억 명 이상도 디지털 세상과 단절돼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DQ연구소가 개발한 온라인 안전 기준이 이러한 사이버 위험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디지털 역량을 키우고 온라인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기준을 담은 DQ연구소의 프레임워크(뼈대)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를 국제기구와 글로벌 기업, 시민 단체, 학교 등에 널리 보급해 내년까지 100여 개국에서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WEF·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국제기구는 물론 글로벌 기업, 시민 단체와의 협업도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레고그룹은 DQ연구소와 손잡고 네 명의 영웅 캐릭터를 만들어 어린이가 공감·소통 능력을 키우며 사이버 위험에 대처하도록 하고 있고, 틱톡도 온라인으로 어린이·청소년 보호와 디지털 시민 교육에 나서며 DQ연구소의 도움을 받고 있다.


박 대표는 “싱가포르국립대(NUS) 등 여러 대학과 함께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DQ를 디지털 정보 이해와 표현 능력을 높이기 위한(디지털 리터러시) 프로그램들에 DNA처럼 녹아들도록 만들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박 대표는 “유튜브나 텔레그램 등 기업들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n번방 같은 디지털 성범죄물을 예방하고 온라인 윤리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며 “정부도 정규 교과 과정에 디지털 시민 교육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전한 온라인 세상 만들기는 디지털 경제의 주요 축으로 다뤄야 한다”면서 “한국의 디지털 뉴딜 정책은 산업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디지털 시민 교육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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